저희 집 벽시계의 역사를 보면 맨 처음엔 시계추가 달린 세로로 큰 벽시계(80년대)가 떠오릅니다. 어릴 때였는데, 심심할 땐 좌우로 움직이는 추에 눈동자를 맞추어 놓다 보면 잠시나마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시계추가 달린 벽시계의 유행이 지났는지 고장이 나서 새로 들여온 것은 대보름달처럼 크고 동그란 벽시계(90년대)였어요.

초침 넘어가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신경이 예민할 때는 점점 크게 들려와서 잠을 청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00년대 아날로그 시대가 막을 내리고 2000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저희 집에도 전자 벽시계로 탈바꿈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살던 집을 뜯고 그 위에 새로 집을 지었는데, 집들이 때 전자 벽시계가 굴러 들어왔거든요. 

전자 벽시계의 장점은 건전지를 교체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깜깜한 밤이라고 해도 불을 켜지 않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전기로 가는 전자 벽시계마저도 10년을 넘기지 못했어요. 새로 집을 짓고 10년 만에야 겨우 도배를 할 수 있었는데, 관리 부주의로 그만 파손 시키고 말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저희 집 벽시계의 수명은 거의 10년 주기인 것 같습니다.

여기 까지가 오늘 제가 포스팅 하려고 준비했던 것이에요. 그런데, 포스팅을 준비하다가 10년 주기로 저희 집 벽시계가 교체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아래로 이어집니다.

전자벽시계

지난 해 도배 작업을 마치고 새로 장만한 벽시계에요. 이전 것과 차이점이라면 노란 원 안의 R-TM기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은 실시간으로 FM주파수를 수신해서 단 1초도 틀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기능이에요. 이 벽시계를 사용한 지 1년이 다되어갑니다만, 시계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기능을 장착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획기적인 기능이란 걸 감탄하다가 알게 된 중요한 사실 하나!



처음 사 가지고 왔을 때, 정말 단 1초도 틀리지 않고 계속 돌아갈까 확인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심지어 핸드폰까지 동원해서 매일 체크해봤어요. 그런데, 다른 것으로 확인할 땐 완벽하리만치 딱 들어맞았는데, 유독 텔레비전에서 안내하는 시간보다 늘 6초가 빠르게 표시되었습니다. 


"우쩐 일이여?"


텔레비전 시계가 맞는걸까, 라디오 시계가 맞는걸까..
평생 1초도 틀리지 않는다는 R-TM기능을 장착한 전자 벽시계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역시 텔레비전에서 안내하는 시간보다 늘 6초가 빠른 R-TM 벽시계..


라디오 시계와 TV시계가 왜 다른 걸까?

원인을 알고 싶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예전에 텔레비전이 두 대였을 때의 기억이 나더랍니다. 한 대는 위성 안테나(스카이)로, 다른 한 대는 지상파 안테나로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한번은 같은 채널을 시청 중이었을 때였어요. 지상파 안테나로 시청 중인 텔레비젼에서의 소리가 훨씬 빨리 나와서 거실에서 보고 있던 저는 도대체 텔레비전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위성안테나로 시청하면 조금 늦게 수신 되는 것을 알았는데 이번에 기억을 해낸 거지요.

결국 FM라디오 주파수를 잡아서 표시하는 벽시계와 텔레비전에서 안내해주는 시계는 오차가 없다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아니, 오차가 있을 수 없겠지요.~

6초의 차이...

그것은 두 대의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음성 차이가 가르쳐 주었습니다. 위성 안테나로 건네 받은 텔레비전은 한 템포 느려서 꼭 생방송과 재방송을 동시에 보는 것 같았거든요.

FM라디오건 옛날 감나무 위에 달렸던 TV용 안테나건 간에 어떤 것이든 방송국 송출 신호를 시간의 오차 없이 바로 잡아내어 안방에서 볼 수 있었지만, 위성 수신기는 그러지 못한 것이 이유였어요. 방송국에서 송출한 신호를 하늘로 쏘아 올려 위성이 받고 다시 집집마다 전파를 받아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데는 6초의 시간이 필요했단 사실을..

혹시나 위성 수신기로 TV시청을 하고 계시다면, 9시 뉴스가 정확히 9시 00분 6초에 보이신다고 보면 됩니다.


마무리 하면서...

제목에서도 말씀드렸지만, R-TM시계의 성능에 관해 포스트 하다가 이렇게 흘러왔습니다. 무엇보다도 운수대통하여 새로이 이사를 하게 되면 더 완벽할 수 없는 울트라 성능을 탑재한 벽시계로, 자유로워지길 꿈꾸면서 이 포스트를 준비해보려고 했습니다.

완전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본연의 의미는 담아보겠습니다.

R-TM 전자 벽시계를 추천하는 이유!

1. 건전지가 필요 없다.
2. 어두워도 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3.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여기까진 일반 전자 벽시계랑 다를 바 없습니다.

4. 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5. 도배가 아니면 만질 일이 없다.

시계에 있어 악세사리 기능보다는 시간 본능에 충실한 기능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평생 1초도 틀리지 않는 성능을 탑재한 시계가 일반 시계보다 1~2만 원 비싸다면 왜 마다해야 할까요?

남은 2015년에 벽시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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