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밭에 심은 메주콩은 11월이 되어야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공정 과정의 설명을 건너 뛰더라도 선별에 선별을 거쳐야만 상품의 메주콩을 자루에 담게 되는데, 그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것 또한 젊은 세대인 저희 부부가 감당하기엔 꽤 난해한 작업이었어요. 

그러나, 우여곡절 같은 경험은 당혹스럽긴 해도 지나고 보면 삶의 지혜가 쌓이는 것 같아 즐겁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저희는 1월 초순 경 메주콩을 삶아서 틀에 넣어 밟고 동그래진 메주를 방 한 켠에 매달아 놓기를 한 달, 그리고는 다시 바닥에 내려놓아 이불로 덮고 띄우기 위해 1주일을 또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그 띄운 메주를 반으로 쪼개어 햇볕에 말리는 작업에 들어갔는데, 긴 시간 기다려왔던 궁금증, 메주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메주

콩을 삶아 매달아 놓으니 하얀 곰팡이가 피어나는 것이 농부에겐 익숙할 진데, 저흰 아직 초짜 농부 가족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메주

하얀 백설 같은 서리가 마지막으로 겨울을 지키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햇님이 저희 마당에 비치면 봄의 사신인 양 따사로움을 잔뜩 내려주고 있었어요.

메주

긴 시간을 기다려왔던 만큼 메주의 속살이 참 궁금했습니다. 한 달 동안 매달아 놓은 것도 부족해서 1주일 가까이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을 덮어 다시 고이 모셔야 했으니까요.


메주

그래서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다가가 바랬던 원만큼 자세하게 지켜봤어요. 



어떻습니까? 물만 부으면 곧 된장이 될 것 같지요?


메주

서툰 메주 실력이었지만, 이 겨울날에 어떤 화학 약품의 도움 없이도 하얀 곰팡이를 번식 시켜보기도 하고 그 곰팡이들 덕분에 때깔도 곱게 입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된장은 묵히면 묵힐수록 맛이 난다고 하는데, 이참에 몇 년이 훌쩍 지나가더라도 된장이 바닥나지 않을 양을 설계해봐야겠어요.

된장

아직도 마지막 공정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위 사진의 된장은 지난 해의 것인데, 와이프 몰래 단지 안에서 꺼내와서 찰칵 찍어봤어요. 근데, 잠깐 사진 업로드 중에 그만 들키고 말았어요.

아내 왈 "이거 왜 꺼내 놓은 겨?"

"응, 사진 찍느라고.."

별 걸 다 찍는다 말할 줄 알았는데,,,

"그럼, 밑바닥(속)에 걸 꺼내와 찍어야지!~"

에효.. 고마운 마눌님,, 진작 말씀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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