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이식하는 날(14일)이었어요. 하필이면 고추 이식하는 날에 하우스 비닐을 씌워 달라는 부탁을 받아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답니다. 그곳에서 8시부터 시작한 비닐 씌우기 작업이 두 시간 뒤인 10시 경에 겨우 끝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봤더니,,
아내는 이미 하우스에 가고 없었고 아이들 할머니께서 오전 간식을 차려주고 있었어요.
할 말이 없더군요. 굳이 묻지 않아도 제가 많이 늦었단 걸 단박에 알아차렸거든요.
그나저나 쭌이 이 녀석 평소와 달리 아빠를 보자 울컥하며 매달리려고 했어요. 단 두 시간의 이별밖에 없었는데..
"정말 아빠가 보고 싶어서 였을까?"
아빠가 알고 있는 쭌이는 이런 쭌이가 아니었는데..
그래서 쭌이의 입장에서 아빠를 쳐다봤습니다.
"흐음,, 역시!"
제가 내린 결론은 이 아빠가 아니라 바로 창문을 뚫고 들어온 따스한 햇볕에, 밖에 나가고자 하는 바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 힌트를 얻게 된 원인은 혼자서도 잘 놀고 누나랑도 잘 놀고 자다가 일어났는데 옆에 아무도 없어도 잘 노는 그런 수수한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세 살 아이들 의외로 작전이 쌔다는 걸 아이 둘 키우면서 깨닫게 되더랍니다.
이렇게 달려옵니다. 어찌 안 안아볼 수가 있겠어요. 하지만, 하우스에서 기다리다 못해 부글부글 끓고 있을 아내가 무서워 겨우 달래기만 하고 뒤돌아섰어요.
아빠가 닫은 문을 다시 열어서 이렇게 쳐다보고 있어요.
"아빠, 어디가?"
일하러 간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얼른 들어가라고만 했지..
일단 쭌이가 문을 열고 서성이면 아빠도 꿈쩍 할 수가 없답니다. 조금만 더 밖으로 나오면 계단이 있기 때문이지요.
은수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은수야, 동생 댈꼬 들어가!~~"
그리고 얼마 뒤,,
할머니의 등에 업혀 결국 밖으로 빠져나온 쭌이..
엄마아빠가 일하는 곳에 도착했어요.
"와, 이게 다 뭐꼬?"~~
기지개를 펴고 세상을 진짜 똘망하게 보게 되는 시기가 세 살이 시작되면서부터 아닐까 아빠는 그렇게 유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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