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침대가 있다면?
그 침대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한 사이 나타났다면?


아이들 키우면서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하루 이틀 겪어본 건 아니지만, 부엌이 복잡하다고 투덜대던 아내를 위해 앵글 샷시로 조립해 놓은 4층짜리 선반이, 은수의 손끝에 의해 갑자기 침대 한 개가 뚝딱 만들어져 있었어요. 

은수

저녁을 먹고 거실로 나와서 놀아야 할 은수가 잠깐 나오는가 싶더니 이불을 들고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한참 동안 거실로 나올 생각을 않고 있는 은수..

"얜 부엌에서 뭐 한대?"

집안이 정신없이 북적대다가 아이 하나만 보이지 않아도 썰렁해서 견디지 못할 만큼 시끄러움에 중독되어있었나 봅니다.

부엌

놓을 자리가 없어서 만들어준 4층 짜리 선반입니다. 복잡하게 널려있던 주방용품들이 이 4층 선반으로 인해 다소 깔끔하게 정돈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아내도 무척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선반 2층에 있던 물건들 다 어디 가고 오늘 은수는 선반 2층을 침대로 만들어 놓았어요.

선반

싱크대와 전기밥솥 사이에 공간이 있어서 나름 사용하기 좋게 딱 4층으로 만들어봤더니 참 유용한 선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반쪽 짜리 선반이 되고 말았네요.


동생

은수를 타일러서 치우려고 했더니 거실에 있던 쭌이가 언제 병아리처럼 쪼르르 쫓아와서는 누나가 만들어 놓은 침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차지하고 봐야겠답니다.

아들

"아빠,, 딱 내 스탈이야!~~"


남매

침대에 올라가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본 동생이 아빠를 사정 없이 보채길래 동생을 침대에 눕혔더니, 이번에는 쫓겨난 은수가 아빠 등 뒤에서 또 서럽게 울부짖으려 하고 있어요. 

길이 60센치, 폭 45센치인 침대를 2인용으로 둔갑 시켜야 평화가 올 것 같았습니다.

쭌

그랬더니,,

역시나 좁았어요. 동생의 안전을 위해 바깥쪽을 차지하라고 했는데, 은수한텐 참 참혹한 결말을 안겨주었군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