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23일)에는 아내가 이웃집에 품을 갚으러(품앗이) 가야 해서 싫든 좋든 아빠가 둘 남매를 떠맡아야 했어요. 사실 몇 시간이고 아내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돌본 적이 없어서 겁부터 났습니다. 

가끔 아이들 할머니께서 봐주실 땐, 예뻐서 업어주고 운다고 업어주고 보챈다고 업어주어서 그 후유증이 매우 컸던 터라(그 다음 날은 보채고 우는 것이 하루 종일임), 되도록이면 스킨십을 피하는 것이 스스로 잘 놀게 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아내가 돌아오는 시간까지 그런 방법으로 육아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세 살 아기가 있는 둘 남매를 떠맡고는 덜컥 겁부터 난 아빠,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요?


남매

여섯 살 은수는 혼자 놔두어도 잘 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동생이랑 놀게 하고 아빠 곁에 오지 못하게 했지요. 떨어져 있어야 그만큼 제가 편해지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30분 정도는 거저 먹기였어요. 알아서들 잘 놀더라구요. 하지만, 30분이 조금 넘어서니까 둘째 녀석이 이불을 끌고 다가왔어요. 같이 놀아 달라는 뜻이겠지요.

"까꿍!~"하며 어설프게나마 반응을 보였더니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무르익는 분위기를 틈타 "이젠 둘이 놀아라!~" 해 놓고 아빠는 슬그머니 이불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근데, 얘들 둘도 재미가 반감되었는지 곧장 뒤따라 나왔어요. 이불 밖으로 나온 쭌이, 이번에는 거실 바닥에서 누나의 머리띠를 발견하고는 또 아빠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남매

(아내가 했던 대로 아빠가 씌워줌) 

"와, 예쁘다!~"

무지무지 좋아했던 쭌이, 그런데 이것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세 살 쭌이는 가만 보니 뭐든지 조금씩만 갖고 놀아요. 아무튼 어찌어찌하다 보니 두 시간이 흘렀어요.

한번은 안방에 들어가더니 점퍼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들고 와서는 양팔을 들어올렸습니다.입혀 달라고 한 거예요. 말을 아직 하지 못하는 쭌이가 점퍼를 들고 나오면 외출을 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남매

두 시간 동안 울지 않고 잘 놀아준 쭌이를 위한 보답으로 기꺼이 외출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아들

"아빠, 얼렁 가자!"

세 살 아이들 말은 못해도(빠른 아이들은 말하기 시작하지만)기막히게 알아듣습니다. 아내와 대화 중에 시장 보러 간다고 하면 옷가지 챙겨서 먼저 문 앞에서 기다리기까지 하거든요.


딸

둘 남매를 데리고 간 곳은?
아이들 엄마가 일하고 있는 곳이에요.

은수

"아빠, 빨리 안 와?"

왜 그렇게 천천히 오냐고 버럭 화를 내더군요.

"야, 이 녀석아, 동생이랑 같이 가줘야지?"


마침내 아이들 엄마가 일하고 있는 곳에 도착했어요.


남매

엄마를 봐서 반가워할 겨를도 없이 낯선 할아버지 할머니와 마주치자 뒤돌아 나왔어요.

"안 돼!~"


누나가 그런 동생의 소매를 붙잡아 당기고 있습니다.


남매

봄의 전령사 보슬비가 하루 종일 내리고 그 다음날 오전입니다.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었지만, 간간히 비치는 햇살은 봄의 기운이 넘치고 있었어요. 버티는 동생의 손을 잡고 잠시 밖에서 놀아주었답니다.

아들

"난 엄마만 있는 줄 알았는데,,,"

낯선 할아버지,할머니 계신 하우스 안에 들어가기 싫었나 봐요. 누가 안아도 가만히 앉아있던 쭌이었지만, 요즘 들어 낯가림을 하기 시작했어요.


남매

결국 아빠 손에 이끌려 누나의 손에 이끌려 하우스 진입에 성공..


남동생

오늘은 아빠의 몫보다 누나의 몫이 더 빛을 발한 하루인 것 같아요. 누나의 옆이라면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있는 동생입니다. 어쨌거나 서툰 육아 솜씨를 가진 아빠가 울게 만들지 않고 보살펴 보았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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