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을 꼭 가보고 싶어했던 은수가 오늘은 소원 풀었던 날입니다. 그동안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하루 일과를 치뤄야 했기 때문에 소망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뭐 특별한 날이 있어서 가게 된 건 아니고 둘 다 콧물을 훌쩍이고 있어, 아무래도 오후엔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아 은수한테 먼저 들렀기 때문이에요.
"아빠,빨리 쭌이한테 가야지, 뭐해?"
어서 따라오라고 하는 걸 보니, 동생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꽤 궁금했었나 봐요.
3월 기온은 참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따스하다가 별안간 영하로 떨어지니 말이에요.
둘 모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 조용히 풍경 사진이나 찍어볼까 했다가,,,
엄마 손잡고 따라 들어갔던 은수가 금세 뒤돌아 나왔어요.
"아빠, 나 그네 탈래!"
"와, 신기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미끄럼틀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미끄럼틀 위에 올라간 모습이 꼭 물 만난 물고기처럼 보였어요.
"너, 동생 보러 온 거 맞긴 맞냐?"
아빠 눈엔 동생을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얼마 전에 아빠 사진에서 봤던 이곳 놀이시설을 만나러 온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생이 문을 열고 나오면 과연 지금처럼 이런 표정으로 반겨줄까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아무튼 동생이 나오든 안 나오든 그건 이미 뒷전이고 놀이시설의 기능을 완벽하게 활용하면서 오후 한때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거 완전 좋다!"
하지만, 여섯 살 은수한테도 시간은 야속하리 만큼 빨리 지나갔습니다. 동생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자, "아빠, 쭌이도 데리고 와서 놀자!"
"추워서 안돼!~ 병원도 빨리 가봐야지!"
그렇게 재미있게 미끄럼틀 타고 있던 은수를 어서 가자고 재촉했어요.
그랬더니,,
동생의 손도 잡아주지 않고 자기의 요청이 거절 당해 고개까지 푹 숙였답니다.
동생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꼭 가보고 싶다고 입에 달고 다녔던 은수,,
그러나 엄마 손잡고 나온 동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계속해서 미끄럼틀만 돌아보고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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