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농사철은 다가왔고 저녁으로 일일, 일 포스트를 올리느라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각박해졌습니다. 저녁만 먹으면 "나 일기 쓰러 간다!" 하고는 문을 꼭 닫게 되더라고요. 머리에서 생각나는 대로 술술 풀려지면 웬 떡이냐 싶을 정도로 횡재를 한 기분인데, 횡재가 어디 매일 찾아 오나요?

내일은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까 저녁을 먹으면서도 걱정, 내일 아침엔 무슨 이야기를 풀어놓아야 할까 또 걱정, 밤이라고 해서 결코 편하게 보낼 수 없게 된 제 실정이 조금은 서글퍼 집니다.

그런 일상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루는 내일 올릴 글을 열심히 타자 치고 있을 때 갑자기 방문이 열렸습니다.

남매

둘째는 아직 까지도 <아빠>라는 단어를 구사할 줄 몰라요. 여섯 살 은수가 동생의 손을 붙잡고 문을 열었습니다.

"아빠, 우리 봐!~"

생각지도 못했던 모습을 하고는 활짝 웃으며 문을 열고 나타났어요.


남동생

"너희들 이게 다 뭐니?"

방문 너머로 아내가 씩씩 웃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충은 감이 잡히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깜찍하고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데,어찌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루의 이야기를 꼭 완성해야겠다는 강박관념도 잠시 내려놓고 깜짝 변신한 남매를 즐겁게 사냥(찍고)하고 있었습니다.


누나

제 가까운 이웃에는 딸 둘인 집이 있고 그 옆집에는 아들만 둘인 집도 있어요. 한 쪽에선 딸을 못 키워봐서 아쉬워 하고 다른 쪽에선 아들 없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람 인력으로 안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식의 성별입니다. 둘을 키울 거면 남매가 좋긴 한데, 그 중에서도 첫 번째가 오빠가 아닌 누나가 되니 복을 받아도 아주 많이 받은 저예요.


남매

"너희들 참 예쁘다, 아빠가 사진 팍팍 찍어줄게!"

은수는 아빠가 다시 포즈를 잡으라고 하면 잘 따라주지만, 둘째 쭌이는 그런 거 전혀 할 줄 몰라요. 포즈를 잡아주지도 않을 뿐더러 다시 찍자고 하면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아빠 마음에 드는 남매의 예쁜 모습을 담으려면 아직 까지는 찰라가 아니면 답이 없어요.


둘째

세 살 아들의 나 몰라라 포즈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기란 가뭄에 콩 나듯 아주 드물게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표정이 실린 사진이 대체되는 경우도 있답니다.
오늘처럼 말이지요.


수건으로 모자를 만들어준 건 틀림 없이 엄마의 실력이겠고 그 모자를 쓰고 좋아서 함성 지르는 아이들 모습에서, 변변찮은 물건으로도 이렇게 아이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단 것을 알게 되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