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둘째 쭌이가 올해로 세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보내기 무난한 나이가 되었지만, 교통이 불편했던 관계로 그냥 저냥 엄마아빠와 두 해를 더 함께 보내기로 마음먹고 있었어요. 뜻하지 않은 도움의 손길을 받기 전까지는..

예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버스를 보내주기로 했거든요. 그래서,약 1주일 늦었지만 3월 9일부터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된 아들 녀석입니다.

첫째 은수 때와는 달리 7개월 늦은 10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같은 세 살에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꼴이지만,이 시기에 7개월 차이는 성인의 한두 살 차이 같은 그런 기준이 아닙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 녀석을 어린이집에서 온 버스에 태워 보내 자니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이 아프고 쭌이는 쭌이 대로 "이게 뭔 일이다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엄마를 보다가 기겁을 합니다.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눈물의 바다가 되고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모습은 곤이 잠든 녀석이 이제나저제나 울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지켜보지만,엄마를 보자 또 기겁을 하고 울어 댔어요.
 
 

둘째

그로부터 약 3주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정말 보고 싶었던 순간이었어요. 울지 않고 씩씩하게 엄마아빠를 맞이해주었던 순간이었거든요. 그리고 양손에는 아빠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선물 꾸러미를 푸짐하게 들고 있었어요.

가벼워진 마음에 "우와, 우리 쭌이 선물도 푸짐하게 받아왔네?" 그랬더니..

쭌

휑 돌아서서는 엄마 있는 곳으로 가고 말았답니다.

아들

울지 않고 버스에서 씩씩하게 내린 쭌이가 기특해서 사진 좀 찍겠노라고 열심히 폼 잡고 있는데,그걸 몰라줍니다.


"여보,비켜줄래?"

그래도 눈치 없이 엄마의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녀석..



혹시 엄마한테 설득 당하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두 손에 꼭 쥔 선물 꾸러미를 보여주긴 했어도 결코 넘겨주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쭌이가 보여주는 대로 보기만 했습니다. 세 살 아들 녀석이 뺏길까 싶어 배에 바짝 붙이고 보여주는데,어찌 제대로 볼 수 있었겠어요?



집에 와서 한눈 팔고 있을 때 겨우 풀어헤쳐 보았답니다. 사진 찍은 날짜를 보니 4월 2일이더군요.
그날이 부활절인가요? 


아무튼 첫째 은수는 빠른 세 살에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 적응하는데 무려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후에도 가끔은 가기 싫다고 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는데, 둘째 쭌이는 늦은 세 살에 보냈어도 3주 만에 적응을 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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