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4일)은 은수가 소풍을 가는 날입니다. 한참 놀고 싶어할 나이에 밤잠을 설쳐야 할만큼 설레었을 겁니다. 아침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는데 역시 얼굴엔 꽃이 만발했어요.

그런 은수가 아빠한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 선생님이 가방 무겁게 해서 가지고 오지 말래!"

"잉,그게 뭔 말이야?"

은수

막 일어서서 가방을 둘러 메고는 무거워서 갖고 갈 수 없다는 거예요. 

"도대체 가방 안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어갔냐?"

잠시 가방 좀 확인해보자고 했어요.


소풍

순순히 가방을 열어 아빠한테 보여주었습니다. 저도 뭐가 그렇게 가방을 무겁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답니다.

"아빠 나 이거(빵) 안 먹을래!"

비닐봉지에 담아준 빵과 요플레는 가져가지 않겠다고 거실 바닥에 도로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그 밑엔 물과 음료수가 들어 있었어요. 여기에다 가방 밑바닥엔 김밥 도시락까지 있었으니 좀 무겁긴 했을 거예요.

아무튼 이때 꿈나라에 있던 동생이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왔어요.


세살

"앗,이게 다 뭐꼬!" 

아직도 실눈 겨우 뜨고 있던 쭌이의 입이 하늘로 막 솟구치기 시작했어요. 단박에 눈 앞에 있는 빵부터 집어 들었답니다.

남매

"누나, 가방 안에 뭐가 이렇게 좋은 게 많이 들어있어?"

먹성 좋은 쭌이한테는 누나의 가방이 오늘 만큼은 완전 노다지밭과 다름 없이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동생한테 장시간 구경 시켜 주었다가는 다 뺏길 것 같았는지 이내 쟈크를 잠궈 버렸어요.


쭌

ㅋㅋ 
표정이 참 재미있지요?



곧 거대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할 겁니다. 아직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다 확인도 못 했는데다가 다 만져보지도 못했거든요.

아빠는 심히 우려스럽기 짝이 없네요.

아들

결국 아침부터 집이 떠나갈 만큼 시끄러워졌습니다. 가방을 통째로 넘겨줘도 그칠 생각을 않았지요. 은수가 무거워서 가져가지 않겠다고 했던 요플레를 다른 한 손에 쥐어주어서 겨우 무마 시키는데 성공했답니다.

세살 아들

"이거 아빠 드세요!"

처음엔 그런 뜻인 줄 알고 "고마워요"하며 건네 받았더니 다시 폭우가 쏟아졌어요. 

"흠,, 포장지 벗겨 달라는 뜻이었군!~"

조금 후에 아내가 쭌이의 아침밥을 차려 나오자,아빠한테는 빵조각을 밥숟가락 위에 얹어 달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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