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입니다. 이럴 땐 참 난감해요. 한참 개구쟁이 놀이를 해야 할 아이들이 집에서 지내야 하니 말이죠. 비가 내려 하우스에서 고구마 순을 잘라왔어요. 밭일이든 논일이든 속 시원하게 잊고서 말입니다.

우중충한 일요일 날씨에도 불구하고 둘 남매는 그렇게 밖에 나가고 싶었나 봐요. 집안에서 남매를 보고 있던 아내가 두 손을 들었다며 병아리 둘을 꽁무니에 달고 고구마 순을 단으로 묶고 있는 창고로 데리고 왔습니다.

가족

"너희들 비 오는데,뭐 하러 나온다냐?"

달가울 일이 없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척박한 세상 살아가는 마음이 사르르 녹는 아이들이지만, 그렇다고 스물 네 시간을 바라만 보며 살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오히려 현재 일하고 있는 일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것만 알아차릴 뿐이었습니다.

이때 아빠의 눈치를 읽었을까요? 괜히 시키지도 않은 일을 둘 남매가 알아서 척척 해내기 시작했어요.

가족

처음엔 비닐 자루를 붙들어 주더니 이내 묶은 고구마 단을 아빠가 주섬주섬 주워 넣는 걸 보고는 곧장 따라하더군요.


남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놔두세요,아빠 혼자 해도 돼요!~" 그랬겠는데,,,

세살 아들

놀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열심히 일손을 거들려고 하고 있었어요. 
비록 아빠보다 좀 늦긴 했어도 이 어린 고사리 손이 두 개가 아니라 네 개가 되니 그냥 봐 줄만 했습니다.


남매

솔직히 여섯 살 은수는 아빠가 넣는 방법을 유심히 보고는 곧잘 따라 넣더군요. 하지만, 세 살 쭌이는 남자라고 또는 아직 어려서 힘에만 의지했어요. 


이 무거운 걸 들어 옮길 때 낑낑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자루에 담고 나서는 좀 으스대는 눈빛이었어요.


고구마 작업

이렇게 열심히 나르는데 어찌 말릴 수가 있을까요?
아이들 힘내라고 그때그때 응원해주고 있는 아빠였습니다.

가족

그리고,,
2백 여단이 훌쩍 넘어선 고구마 단이 비닐 자루에 다 담길 때까지 쉬지 않고 일했어요.

아들

"아빠,고사리 손이라고 얕보지 마세요!"


남매

그 고사리 손이 아빠 손을 닮았는지 고구마 순에 물이 배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때로는 고구마 잎에 미끄러져 넘어지고 밖에 나가선 비에 젖은 길에 엎어지기도 했어요.

스스로 일어나면 박수를 쳐주고 울면서 일어나려고 하면 일으켜 줍니다. 그런데 엎어진 상태로 눈치 보며 울고 있으면 조금 기다려 주지요. 강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인데, 그런 아빠가 오늘은 아이들을 너무 몰라 왔습니다. 이젠 앙증맞도록 작고 고운 고사리 손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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