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아들이 마당에 나와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무릎이 성할 틈이 없을 것 같아요. 괜찮겠지 싶으면 쿵, 잠시 뒤 다시 마음을 놓으면 얼마 안 가서 쿵..

그래도 다행인 것이 무릎이 까질 정도로 크게 다치지는 않고 있어요. 많이 엎어지고  일어서는 시기라서 알게 모르게 요령도 자연 터득되고 있었나 봅니다.

슬리퍼

오늘(30일)은 불볕더위였죠. 거기에다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산의 녹음들이 벌써 이글거리며 타올랐어요. 보통 날씨가 아닐 것 같아 새벽녘에 잠시 일을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당 옆 산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쭌이가 다가와서는 벗어 놓은 아빠 슬리퍼를 낚아 채갔어요. 


아들

쭌이한텐 너무 큰 신발..아니, 너무 큰 슬리퍼!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질질 끌다시피 했어요. 넘어질 확률이 월등히 높아지기 때문에 뺏으려 했다가 그만두었답니다. 뺏기는 걸 매우 싫어해서 뒷감당이 더 힘들 것 같았거든요.

아들

역시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어요. 잠시 일어나서 얼마나 다쳤는가 살펴보더군요. 제가 봐도 다행히 아플 만큼 세게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들

그런데, 쭌이는 다시 웅크리고 앉아 엄마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한두 번 소릴 지르며 울기 시작했어요."으앙!~"


그리곤 엄마 있는 쪽을 쳐다보더군요. 하지만, 쭌이 생각과는 달리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또 한번 "으앙!"
이번에도 엄마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지요.


둘째

속이 좀 타는가 봅니다!
기린 마냥 고개를 훌 빼 들고 엄마가 나타나주기 만을 고대하고 있는 눈치였어요.

세살배기

"아빠, 엄마 너무 한 거 아냐?"

등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빠를 느닷없이 쳐다보더군요. 근데, 쭌이 눈빛이 좀 당황스러운 기색이었어요. 아프다고 울면 와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아들

난감한 표정을 짓습니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쫓아와서 쓰다듬어 주던 엄마의 손길이 오늘은 외면을 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억지 울음도 나오지 않자 일어서야 되느냐, 마느냐의 고민에 빠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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