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농사를 몇 해 짓다 보니 생강 고유의 성질을 조금씩 깨우치고 있습니다. 고추와 더불어 긴 생육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생강, 4월에 눈을 따고 밭에 심어 10월 서리가 내릴 때까지 긴 시간을 관리하며 때로는 농부의 마음을 바싹 태우기도 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강종자값만 해도 여느 작물의 수입과 맞먹기 때문이에요.

올해 또한 지난해와 더불어 비싼 편이었는데, 3백 평 한 마지기에 생강종자 25박스가 소모되었고 돈으로는 2백 만원의 거금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생강

보통 4월 20일 경에 심으면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새순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촉을 틔우는 시간이 꽤 깁니다. 7월 달에 생강밭에 들러 찍어둔 사진인데, 올해처럼 가뭄이 극심하게 이어지는 것에 대비해 생강밭 선정은 물 공급이 원활한 밭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생강

그 다음 달인 8월에 다시 와 찍은 모습입니다. 이 기간에 이 정도의 생강은 예년보다 형편없는 세력이었지만, 제가 농사짓고 있는 이 생강이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었으니 가뭄 피해가 얼마나 컸겠어요?


생강

다행히 저는 생강이 반 음지에서 더 좋은 생육 과정을 거치는 것을 깨닫고는 생강 만큼은 줄곧 반 음지 밭을 찾아 1년 농사를 짓습니다.


물을 마음대로 공급할 수 없는 밭인데도 불구하고 스프링 쿨러로 물을 공급해주었던 여느 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뭄의 피해를 잘 이겨내고 있었어요.


생강

비가 온다는 소식에 마지막으로 웃비료를 얹어주기 위해 마눌님이랑 엊그제(9월9일) 다시 생강밭을 찾았습니다.


생강밭

지난 번에 놓쳤던 풀이 간간이 서있는 것을 아내가 뽑아내고 있어요. 8월 달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생강입니다. 덕분에 아내의 입도 귀에 걸렸다나요..


허수아비

생강밭에 웬 허수아비?

보통 생강은 산짐승들이 건드리지 않지만, 잡초를 방지하고자 깔아두었던 짚더미 속의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기 위해 산비둘기나 멧돼지가 출현하기도 한답니다.

생강

그새 굵은 가지도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이제 수확까지 얼마 남지 않은 한 달을, 생강이 잘 굵어지도록 막바지 신경만 써주면 생강도 그렇게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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