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거의 모든 농작물을 거두어들여야 하는 진정한 추수의 달입니다. 그런 이유로 농촌의 하루가 여름날의 농작물 관리 때 못지 않게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끔은 산을 넘어가는 오후 늦은 해를 나무에 매달아 놓고 1분 1초라도 더 움직여 일을 마무리하고 싶을 때도 있었을 정도였지요.

산

품앗이로 근 열흘 간을 밖으로 돌다가 오랜만에 집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건조기에서 나온 끝고추를 마당에 꺼내 놓고 아내와 둘이서 선별작업을 할 겁니다.

산

그때야 저희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음을 알고 잠시나마 감상에 빠져보았어요. 물감 칠해 놓은 듯 얼룩덜룩한 모습이 예쁜 단풍잎이나 은행잎이 아니어도 충분히 봐 줄만 했답니다.


감나무

시골집이라고 하면 집집마다 기와지붕보다 높은 감나무가 한두 그루씩은 있지요. 무르익어가고 있는 감 뿐만 아니라 감나무 잎도 이맘때가 되면 붉게 물들어 한층 정겹게 보입니다.


감나무 또한 계절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1년 중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어요.


단풍

위에서도 언급 드렸지만 저희 마을 야산에는 단풍나무나 은행나무가 자생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화려한 단풍을 구경하기 힘들답니다. 그래도 참나무류가 소나무와 영토 전쟁을 치뤄왔으며 승전이라도 한듯 가을 잔치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습니다.

저는 9월 어느 날부터 가을이 시작된다는 사람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냥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어도 산이 시계 바늘과도 같이 정확하게 가을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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