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날이었어요. 푹푹 찌는 날씨에 볕마저 뜨거웠지만, 막바지 늦더위였기에 조금만 더 참자는 심정으로 가득 찬 고추를 담은 포대를 차에 싣고 집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저 혼자만 제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다가,,

화가선생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신 어느 화가 선생님의 그림 한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곳은 저희 마을이자 멀리서도 위엄이 듬뿍 느껴지는 독립된 산세를 가지고 있는 학가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설악산처럼 험준하거나 여느 산맥처럼 광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 위에 접시 하나 달랑 올려진 것처럼 따로 떨어진 곳이고 낮지는 않지만 높다고 할 수도 없는 소박한 곳이라서 찾는 이가 드문 곳이에요. 


화가

잠시 대화를 나눠보니 대구에서 오셨더군요. 고추를 집에 나르다 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이나 그림을 감상해봤어요. 저한테는 공짜로 구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천금같은 기회였다지요.

바라건 데, 붓과 물감을 들고 다니시는 분들이 이런 산골짜기마다 자리를 펴놓고 각자의 시각으로 지나는 이들의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면 또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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