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희 집 우편함에 우편물이 하나 들어와 있었습니다. 돈이 궁할 땐 잘도 날아오는 청첩장이었지요. 결혼은 대게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로 잡히자나요? 그런데, 당일 날에도 깜빡 잊고 있다가 결혼식 두세 시간 전에 알았지요. (여기는 공휴일이면 멀리 읍내까지 나가야해요.) 하필 그날 따라 지갑이 텅텅 비어있었어요.

마눌님한테 이야기 했더니 돼지 콧구멍을 돌려서 1만 원짜리 세 장을 빌려주더군요. 봉투에 넣고 정성을 다해 이름을 작성하고 결혼식에 참석하시는 분께 전달해주었습니다.

5천원

그리고는 며칠 뒤 시장을 가게 되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마눌님 빌린 돈 3만 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지갑을 열어 보니 시장 보느라 돈 다 쓰고 남은 돈이 딱 2만 5천원 있더군요.  “이걸로 대신해라!” 하고는 돈을 건넸는데, 이런......

갑자기 돈을 제게로 툭 던지더니 “용돈도 안주면서 이런 돈까지 떼 먹냐?” 면서 성질을 부립니다.  "돈 십 만원 찾아서 반찬 사고 차 기름 값하고 나 혼자 배 부르자고 쓴 것도 아닌데, 5천 원 썼다고 생각하면 어디 덧나냐?“ 그랬더니 확 삐쳐버리네요.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까지 저희 집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지요. 남도 아닌 부부사이에도 이렇게 냉정한 구석이 있어야 하나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빌린 돈 5천 원 모자라게 줬다고 너무 화를 내는 아내가 오늘 따라 살짝 얄미운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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