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살고 있는 제 딸 은수는 대도시로 여행하는 것이 어지간해선 기회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매일 구부정한 도로를 달리며 유치원을 오가면서 보는 것이라고는 도로를 낀 냇물과 어디로 고개를 돌려봐도 보이는 산, 그리고 또 산..

그래서 이번 장인장모님 출국하시는 날에 은수도 함께 해봤답니다. 
"은수야, 낼 외할머니 베트남 가시는데 공항까지 함께 갈까?"
"우와, 정말?"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난 은수가 낼 입고 갈 옷가지를 들뜬 마음으로 손수 챙기기까지 했습니다.

인천공항


늦어도 
새벽 4시 30분에는 출발을 해야 했기 때문에 그보다 30분 이른 4시 정각에 눈을 떠야만 했어요. 잠깐 밖에 나가 잠을 쫓고 들어왔더니 그새 일어난 은수도 눈을 초롱초롱하게 하고는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후 장장 네 시간의 운전으로 마침내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수속을 밟고 남은 시간에 '나 인천공항 밟았노라!'고 인증샷부터 남겨봤어요.
 

은수


누굴 닮았는지 포즈는 다양하고 예쁘게 잘 취해주더라는..

인천공항


외할머니와의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어요. 버스 터미널이나 기차역과는 달리 공항에선 수속을 밟으면 더 이상 가까이에서 손을 흔들어줄 수 없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비행기가 출발할 때 바로 옆에서 손을 흔들어주고 싶은데 말이지요.



외할머니께서 다시 한번 뒤돌아서서 은수의 뺨을 어루만져 주셨어요. "은수야,잘 지내!" 그나마 은수의 외할머니께선 한국에 들어오신지 4년 차가 되신 덕분에 그 정도의 한국말은 하실 줄 아세요. 저도 인사하기 바빠서 잘 몰랐는데 장인장모님이 보이지 않아 고개를 돌렸을 때, 은수가 어느새 소리 없이 훌쩍훌쩍 울고 있었습니다.

인천공항


무거운 발걸음으로 뒤돌아섰어요. 이별은 이렇게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드는군요. 하지만, 기약 없는 이별이 아닌 만남의 날을 정해 놓은 이별이기에 또 한편으론 가볍기도 했어요. 어쨌건 이별은 딸이나 외손녀나 사위한테나 모두 울적하고 그립게 만든 매개체였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던 하루입니다.

인천국제공항


공항을 빠져나오다가 은수가 좋아할만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공항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CGV영화관이 있는 건물이에요. 다시 해맑아진 은수가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V 포즈를 취하며 밝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인천공항


인공 연못에는 동전을 던져 넣어보는 놀이가 있었는데, 이날 은수는 두 번의 기회를 가져봤습니다. 하지만, 동전을 아무리 멀리 던져도 은수 근처에서만 맴돌았다는..

인천공항


물에 어리는 전구빛도 건드려보고요..

회전문


제가 은수보다 몇 살 많았을 나이에 처음 맞닥뜨리고 
공포에 떨며 통과해봤던 360도 회전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제 딸이 그런 회전문 앞에 섰어요. 일단 기념사진부터 한 장 찰칵!

회전문


회전문을 통화할 땐 엄마 손을 꼭 잡고..

회전문


조심조심 따라나갔습니다.
 

인천공항


처음엔 두 모녀가 무슨 놀이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인천공항


다리가 아프다며 업어 달라는 딸의 요구가 있었어요.

인천공항


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은 버스들도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운동화 젖는다며 엄마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신기하게 보였는지 그 위에 올라봅니다. 

은수

인천 국제공항은 저에게도 다 돌아보지 못할 만큼 큰 곳이에요. 하물며 은수한테는..
주차장에서 공항까지 갔다 오는 것 만으로도 다리가 아프다며 견디기 힘들어 했어요.

"아빠!~~ 내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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