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청소를 할 겁니다. 아랫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바람에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어요. 세 살, 여섯 살 아이들이 네 명으로 불어나니까 통제가 안됩니다. 그래도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즐겁게 뛰어놀 수 있어서 어지럽혀진 물건들을 제자리에 옮기고 바닥을 청소하는 것이 그리 기분 나쁜 일은 아니더라고요. 

전 어지럽혀진 물건들을 치우고 아내는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와 미세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아이


진공청소기가 작동을 시작하면 꽤 큰 소음이 납니다. 오랫동안 청소기를 써먹지 않았기 때문에 쭌이한테는 큰 소음을 내며 엄마를 쫓아다니는 청소기가 매우 신기하게 보일 수도 있었겠네요.

쭌


"아빠, 이게 뭐야? 너무 신기하다!"

청소기가 본분에 맞게 청소만 할 뿐인데, 얼마나 재미있고 신기하게 보였으면 쭌이 입이 귀에 걸리려고 했을까요? 

세살


배꼽이 빠질 정도로 소스라치게 폭소를 자아냅니다.

아들


아무리 신기하고 재미있게 보였어도 소음이 꽤나 컸기 때문에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엄마가 방향을 바꾸어 쭌이 발 밑을 청소하니까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더군요.

쭌


"아,, 엄마 때문에 놀랬잖아, 히히!"

세살


"아빠도 조심해, 저 녀석 좀 무서운 넘이거든!"

아들


"
이 녀석이 왜 자꾸 나만 따라오지?"



아빠를 방패 삼아 일단 피하고 봅니다.

세살


뒤로 쫓겨난 쭌이가 바닥에 있던 빗자루를 집어 들었어요. 그리곤 청소기 몸통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


"너도 한번 당해봐랏!" 
하며 빗자루로 청소기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아들


몸통 공격으로만 끝내지 않고 이번에는 청소기 주둥이를 향하여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쭌


하지만, 뒤꽁무니를 빼는 건 요란한 굉음소리를 내고 있는 청소기가 아니라 그 소리를 무서워하고 있던 쭌이였어요.

세살


청소기와 쫓고 쫓기는 쭌이 모습이 재미있어서 저도 청소기를 들고 쭌이를 향해 돌진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쭌이가,, 
"아빠, 하기만 해봐?" 아까와는 달리 오히려 아빠한테 으름장을 놓는 것 같았어요.

"어랏, 요 꼬맹이 녀석이 겁을 안 먹고 있네?" 우리 쭌이 가만 보니 전원을 꺼 놓으니깐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방금 막 알았습니다. 다시 전원 버튼을 눌러봤어요. 그랬더니 어느새 엄마 뒤로 쏜살같이 달아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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