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삿일은 대부분의 작물이 겹쳐지기 때문에 바쁠 땐 혼을 빼놓습니다. 5월 초의 농촌 일상이 여간 만만하지 않네요. 고추와 수박을 심고 나면 뒤이어 참깨와 콩, 벼농사까지 가면 갈수록 사면초가가 됩니다.

초석잠


뒤처지는 일손에 잠시 손을 놓고 짬을 내어 작물이 들어간 밭을 돌아보기로 했어요. 그동안 산짐승이 발자국을 얼마나 남겼는지 대비는 해야 하는지 보기 위해서요.

그러다가 만난 텃밭..
묵혀질 뻔했던 작은 평 수의 밭을 3월에 쬐금 부지런을 떨어 이것저것 심어 놓았던 밭인데.. 

초석잠


뭘 심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게 뭔고 했었답니다.

"이게 뭔 나물이지?"

이런이런,,

올 초에 누님께서 한 움큼 심어보라고 보내주신 <초석잠>이었어요.

이렇게 대면하는 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말로만 듣던 초석잠의 싹이 제가 상상했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컸기에 더욱 몰라봤답니다.

땅콩잎


그 옆 줄엔  땅콩도 배토해 놓은 흙을 뚫고 이렇게 싱싱한 잎을 내놓았네요. 땅콩잎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시적인, 태고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식물이에요. "안 그러면 말고!"요.



토란


그런데,,
또 하나 공룡시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식물이 아랫텃밭에서 또 용솟음치며 올라오고 있었어요. 
외대궁에 곁가지 없이 잎 한 장 덜렁 세상에 나오는데, 그 잎은 너무 크고 우스꽝스럽게 까지 보입니다.

전 이 토란잎을 볼 때마다 코끼리 귀를 보는 듯해요.



토란잎


비가 내리자나요?

빗방울이 이 토란잎 위에 떨어지면 구슬이 되어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토란


기계도 오일이 없으면 마찰이 일어나는데..
이 토란잎은 태고적부터 윤활유를 멋드러지게 사용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그런 기분을 짤막한 시간에 상상을 해봤어요. 언제 심었는지 깜빡했던 곳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즐거울 수가 있었습니다. 불과 5분도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떠났지만,,

하지만, 그 누구라도 실감해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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