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일곱 살 딸 은수는 하루 종일 아빠를 따라다니며 시간을 보냈어요. 은수의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선 진작에 고추밭으로 달려 가셨고, 저는 은수를 데리고 가뭄이 심한 밭과 논으로 쫓아다니며 물을 대주었지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간에 차 안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가끔 구멍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주면 더없이 좋아하는 딸아이입니다.

딸아이

오전 내내 아빠를 따라다녔던 은수가 집으로 가지 않고, 엄마가 계신 고추밭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또 함께 왔어요. 빈 고추포대를 날라주던 은수가 조용해진 시간이 되자 갑자기 포대를 손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은수

그리곤 머리에 언제 둘렀는지 손수건으로 멋들어지게 그늘막을 만들어 모자로 꾹 눌러 놨어요. 

고추농사

고추밭골에 들어가 고추를 따기 시작하는 일곱 살 딸아이의 뒷모습이, 어째 여느 아주머니랑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딸아이

은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줄곧 아빠의 카메라에 담겨져 왔어요.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 앞에서 만큼은 직업모델처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은수


일곱살 딸

그나저나 일곱 살의 은수는 고추를 얼마나 땄을까요? 
올해는 가뭄이 극심해 어른이 따도 손이 아플 만큼 질긴 게 특징이거든요.
때마침 고추밭골에서 고추를 따다가 포대를 들고 나왔어요.
"은수야, 고추 얼마나 땄어?"

고추농사

아빠가 고추포대를 싣는 동안에 혼자서 딴 고추예요.^^~

고추농사

고추밭골의 고추를 이렇게 실을 동안에요.~

날씨가 뜨거워서 어지간하면 집에 있어주길 바랬는데, 아빠랑 붙어 다니겠다고 따라 나선 고추밭..
유별난 날씨 덕에 하루살이의 번식이 왕성해서 눈 공격도 만만치 않은 고추밭입니다. 그런 곳에서 딸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오히려 엄마와 똑같은 모습으로 고추를 즐겁게 따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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