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와 쭌이가 베트남 하이퐁에 위치한 외갓집에서 보름 간 머무를 때의 일입니다. 토끼 같은 남매가 베트남 말을 전혀 할 줄 모르듯 또래의 사촌들 또한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상태였죠. 어떻게든 그 아이들과 잘 어울려야 보름 간의 처갓집 생활이 순조로워집니다.

남매

처음엔 남매가 좋아할 만한 놀잇감으로 외갓집의 마당을 휘젓고 다녔어요.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엄마한테 쫓아가서는 "엄마, 쟤 뭐래?"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런 남매에게 주문을 넣어봤습니다.
쭌이랑만 놀지 말고 언니 동생들이랑 같이 놀면 어떻겠냐고..

베트남

혼자만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이 아닌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효과가 상당히 빠르겠죠. 무협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용의 모습을 한 탈이 때마침 처갓집에 마련되어 있어서,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쭌이와 쭌이보다 한 살 어린 쌍둥이 남동생들도 탈을 쓰겠노라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용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순 없었답니다.

외사촌

언어가 달라서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는 상태였지만, 작은 놀이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음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표정에서 읽히더군요.

베트남 외갓집

얼마 지나지 않으니까 쭌이 옆에 친 누나가 아닌 외사촌 누나가 있었어요. 
병아리 마냥 그림자 마냥 졸졸 따라다니며 장난도 치고 함께 깔깔 웃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친해지기 시작한 아이들, 어느 날 저녁엔 기차놀이를 한다며 몽땅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기차놀이

때마침 그때 저도 적적함을 베트남의 저녁풍경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어요.
넓은 평원에 붉게 물든 하늘이 시각 내로 어두워지고 있을 때였지요.
서산을 넘어가면서 붉게 수놓던 한국의 하늘과는 또 다른 운치를 주더군요.

"와, 예쁘다!"

온 사방이 한 군데라도 가림 없이 붉은 하늘로 채워진 것도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만든 아이들이 제 카메라 앞을 지나가고 있을 때는 여태 찍은 사진 보다도 가장 흥분된 순간으로 다가왔지요.

베트남 아이들

아내가 통역을 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보름 간 고개만 끄덕였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통역사도 다른 언어도 장벽이 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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