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은수가 두 살 때였을 겁니다. 그래봤자 작년이지만,,,,,ㅎ
저희 면소재지에는 도롯가에 수박작목반을 상징하는 큼지막한 수박 모형물이 있는데, 그곳을 지날 때면 은수는 늘 "수박, 수박" 말하곤 했습니다.
"아빠가 내년에 수박농사 잘 지어서 수박 많이 줄께!~~^^" 그렇게 대답하곤 했지요. 다른 한편으론 수박 모형물을 보기 전에 그곳에 가까워지면 먼저 수박이라고 말한다는 것이 신통하기도 했구요.
해가 바뀌어 은수가 세 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한 달이 왜 이렇게 빠른지 곧 유턴하는 유월이 되었습니다.
아직 은수에게 익은 수박을 주기에는 조금 더 버텨야 합니다. 하우스에서 작업하다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따내지 못했던 수박이 은수 머리만큼 커져 있어서 갑자기 은수 생각이 났습니다. "이 녀석 일년 내내 수박노래 부르곤 했었는데 이거 보면 신기해 하겠지?^^"
못 쓰는 수박을 따는데도 갑자기 웃음이 귀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갔어요. 장모님과 둘이서 엄마아빠를 기다리던 은수가, 아빠가 들고 들어간 수박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은수야, 수박 봐라!~~~ㅎㅎ"
그랬더니,,
수박을 가까이 두고 반원을 그리며 왈츠 같기도 하고, 탱고 같기도 하고,,,,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ㅎ
이상하다 싶어 두 장의 사진을 겨우 찍은 직후,,
스텝이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저 부엌까지 스텝을 재빠르게 옮기더니 휑 돌아섭니다.
가까이 와서도 몸의 율동이 멈추지 않았어요.
이번엔 좀 코믹했어요.
아빠의 머릿속에는 아프리카 추장이 생각났거든요.
은수 혼자만의 수박맞이 춤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환희에 찬 표정으로 수박의 외피를 감상하기 시작했어요.ㅎ
만져보기도 하고...ㅋ
들어보기도 합니다.
생기다 만 수박인데도 은수가 들기엔 벅차 보였어요.
한번 들어보더니 아니다싶었는지 무릎위에 올려놓더라구요.^^
무릎은 안 아픈지 한참 동안 저렇게 가지고 놉니다.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텔레비전으로 봤으면 몰라도 아직 실물로는 보지 못한 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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