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많은 풍요로움을 주지만, 그 중에서도 산이 선사하는 가을 송이는 인간의 도움 없이 자라는 아주 원시적인 버섯이 아닐까 싶어요.^^ 표고버섯, 영지버섯, 느타리버섯 등 많은 버섯들이 사람의 손길로 재배가 가능해졌지만, 아직 까지도 거부 행사를 하고 있는 송이버섯..  하루빨리 그 베일이 벗겨져 많은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길 바래봅니다.

이맘때가 되면 그 바빴던 한해 농사가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여름 내내 괴롭혔던 병균도 사라지고,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도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제는 농부의 보살핌이 없어도 가을볕에 스스로 익을 테니까요. 저희 식구에겐 마지막 한번 수확할 고추농사가 언제 붉을지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는 것과 생강 수확,벼 수확만이 남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조용해지는 시기에 맞추어 산에서는 또 다른 생명들이 꿈틀대기 시작하죠. 
바로 솔 향기 가득 머금은 향과 고기처럼 육질의 맛이 일품인 송이가 온 산을 뒤덮습니다. 오늘은 송이의 계절을 맞아 아내와 함께 처음 산에 올라가 봤어요.^^

송이산

처음 한국으로 시집왔을 땐 한국엔 산이 많아 무섭다고 해놓고는 송이맛을 본 이후로는 저렇게 산에 올라가고 싶어 해요.

송이

일부러 송이를 표시하지 않았어요. 여러분도 찾아보시라고...

실제로도 머리를 조금 내민 송이는 처음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겐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일단 제 눈에는 네 개가 보이네요.^^ 

송이

송이 채취 경험이 풍부해지면 요렇게 겨우 땅을 밀치고 올라오고 있는 송이도 3~4미터 밖에서도 보이지만, 
아내는 카메라 만큼이나 가까이 가서야 "아!~~"하더군요.ㅋ

송이

5~6월에 봄바람이 강하게 산을 넘으면 황사와 비슷한
 누런 송진 가루가 온 산에 흩날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올해는 운 좋게 볼 수 있었는데, 황사보다 더욱 누런 가루들이었어요. 그런 송진가루들이 지면에 닿아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 하지요.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해서 축복 받은 땅이라고도 하지만, 
제가 보기엔 축복도 그냥 축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송이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산나물들도 무수히 많잖아요.^^

송이

어떤 곳은 손가락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의 딱딱한 지면을 송이는 밀쳐내고 고개를 내밀어요. 
가끔 납작한 돌이 공중 부양하고 있는 듯해 재켜 보면 그 연약한 송이가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송이

기온, 습도 모든 조건이 맞으면 이렇게 고개를 내밀어요. 
예전에 한 번, 지금과 반대로 가을 가뭄이 심했을 때, 인공적으로 물을 뿌려주었더니 그대로 썩어버렸어요. 송이는 오직 전형적인 가을 날씨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송이

산에 올라갔던 날은 이렇게 드문드문 고개를 내민 송이밖에 없어서 아직 채취는 하지 못하고 그냥 
내려와야 했어요. 아마도 삼사일은 더 기다려할 듯...

매년 이맘때가 되면 먹지 못하는 버섯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뉴스가 나오곤 합니다. 송이 능이 영지 굴뚝(굽더더기) 싸리버섯 등 식용 가능한 종류도 여럿 있지만, 먹지 못하는 독버섯의 종류가 더 많다는 것!

식용 가능한 버섯도 사실 송이를 빼놓고는 그냥 먹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독성분이 있어서 조심히 다루어야 해요. 참고로 능이버섯은 피부 가려움을 유발하기도 하구요. 또 주의해야 할 게 있는데, 대부분의 송이 산은 주인이 있습니다. 국유림도 입찰제로 주인이 있을 수 있으니 산에 오르실 때는 잘 알아 보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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