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벼를 베어야 합니다. 콤바인을 맞추기 위해 일찌감치 날을 맞추었지요. 그리고 나서 할 수 있는 건 물이 빠지지 않은 논에 물길을 내어 논을 말려주어야 합니다. 그 일이 "도구치기"라 합니다.
"도구"란 말이 이럴 때 왜 붙여졌는지 사전에 예를 찾아 봤지만, 그런 예는 나오지 않았어요. 논에 물을 빼주다 보면 넓고 긴 논, 언제나 끝날까 허리 펴기만 일 분마다 한 번입니다. 논 가운데서 시작점과 끝점을 보면 하늘이 노랗다 못해 까맣게 보입니다. 하지만, 고논에선 빠질 수 없는 작업이지요.
그 작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 아내와 딸이 손을 마주 잡고 따라 나옵니다.
"왜?"
"메뚜기 잡으러 같이 가!"
"........!!"
"메뚜기 참 맛있다 아이가!!"
요즘 세상 기계로 농사짓고 기계로 끝나는데 전 아직도 이러고 있어요.
저의 고통을 아내에게 내놓지 않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훨씬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잡을 만큼 잡고 나서 은수에게 메뚜기잡이 체험을 시키고 있습니다.
메뚜기잡이 맛을 들인 은수를 번쩍 들었습니다.
"메뚜기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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