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내는 한국 생활이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는 베트남 출신의 여성입니다. 이제는 김치를 남편보다도 더 잘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잘 적응했지요. 특히 명절이나 제삿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요. 그건 바로 고사리와 시금치, 도라지를 밥 위에 올려놓고 간장으로 비벼 먹는 일명 제삿밥인데요, 비단 아내 뿐만 아니라 저도 무척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나물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이 3종 셋트가 상 위에 올라오는 날에는 밥을 도둑 맞는다나요.~~

제삿밥

제삿밥에는 빠지지 않고 국거리 대신에 꼭 옆에 등장하는 게 있는데, 바로 "탕"입니다.



저흰 지난 가을에 채취한 송이를 냉동실에 꽁꽁 얼려 놓았다가 탕에 넣는데, 송이탕을 한번 맛보면 다른 탕은 먹지 못한다는 전설이 만들어 질라고 해요.^^

제삿밥

설날 아침 조상님들께 제를 올린 뒤 드디어 밥상 앞에 앉았습니다. 아내와 저만 좋아할 줄 알았던 제삿밥이 은수한테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녀석 제 몸에 비해 큰 그릇에 담아준 제삿밥을 후딱 해치워 버렸어요. 그것도 모자라 탕 안의 송이만 낚시해서 먹더라는...

옛날 한 선비가 이 제삿밥이 하도 먹고 싶어서 심야에 책을 읽다 말고, 가짜 제사를 지내게 한 뒤 제삿밥을 실컷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래된 게 "헛제삿밥"이죠.
저는 그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아, 오늘 저희 거실에선 염소가 풀 뜯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쓱삭쓱삭 제삿밥을 정신없이 먹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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