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100년이라지만 그 안에 셀 수도 없을 정도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번뇌가 있습니다. 괴롭기 시작하면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괴로운 것 같고 슬프기 시작하면 내가 또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처지에 놓인 것처럼 여겨지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어요. 이럴 땐 누구나 한번쯤 고독과 번뇌를 곱씹으며 삶이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묻곤 했을 겁니다. 

오늘 만약 삶의 기로에 서있거나 사는 것이 힘들고 고달프다고 생각이 들었다면 조금은 오래 전에 출간된 <바다 한가운데서>라는 책을 꼭 읽어 보시길 권장합니다.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이 공간이 얼마나 축복 받은 곳이고 고독과 번뇌가 얼마나 사치인지를 금방 깨닫게 해 주는 책이랍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제목: 바다 한가운데서.
저자: 나다니엘 필브릭.
역자: 한영탁.
출판사: 중심(2001.6.7) 320p
책소개: 2000년 미국 도서 논픽션 부분 최우수작. 타임지 선정 2000년 최우수 논픽션 선정. 허먼 멜빌의 명작영화 <백경>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사건.
포경선 에식스호 침몰 후, 선원들은 갈증과 굶주림 속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94일 간에 걸쳐 7,200킬로를 항해한 인간 생존의 처절한 서사적인 기록. 

저는 출판 당시에 읽었던 책인데 그때의 생생한 책 속의 장면들이 아직도 가슴 한 켠에 자릴 잡고 있어서 가끔 힘들고 괴로울 때, 이 책의 내용을 위안 삼아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헤쳐 나가곤 했습니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서 다소 딱딱한 서술체임에도 불구하고 소설 못지 않은 심리 묘사와 배경(환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고래 기름이 전기를 대신했던 1900년대 초, 스무 명의 선원들이 당시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향유고래잡이에 나섰습니다. 어느 날, 그들은 원하던  향유고래와 맞닥뜨리게 되지만, 크기와 움직임에서 평소에 알고 있던 일반 향유고래와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것은 곧 포경선 에식스호의 침몰을 불러왔습니다. 

두 대의 비상탈출배에 오른 선원들은 이때부터 94일간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 마저 포기해야 했던 순간들이 논픽션 특유의 사실성과 소설형식이 결합되어 독자들을 생생하게 당시의 사건 현장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늘 책의 요소요소를 찾아가면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저희 집 책장에서 <바다 한가운데서>란 책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다면...

무인도에 표류해 새 알이란 알은 모두 먹어 치웠다. 하지만, 그것도 3일을 넘기지 못해.....(중략.)

그들에겐 총 한 자루가 있었다. 그리고 서로를 순차적으로 먹기 위한 제비뽑기에 모두가 찬성하기에 이르렀다.(중략)

지나가던 배가 그들을 발견 했을 때, 해골에 가죽만 걸친 듯 했고, 그들의 손에 쥐여 있는 죽은 다른 사람의 해골을  뺏기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저항을 했다.(중략)

이제 왜 제가 책을 읽고 있는 이 공간과 시간이 축복 받은 곳이고 고독과 번뇌가 사치였다고 기술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비록 살아오면서 많은 책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바다 한가운데서>라는 책 만큼은 제 인생의 고난과 역경이 있었을 당시에 늘 힘이 되어주었던 동반자 같은 책으로 자리 잡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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