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와 타요, 추추 같은 에니메이션만 볼 줄 알았던 은수가 동화책 한가득 들고 와서는 읽어 달라고 제 앞에 탁 내려놓았습니다. 다행히 두꺼운 책이 아니라서 짧은 시간에 다 읽어 줄 수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방에 들어가서 또 들고 나옵니다.

허걱!..(갠히 재미있게 읽어 주었나 보다! ㅠ)


"은수야, 엄마한테 읽어 달라고 하렴!~~" 

싫다고 하는 아내, 저 보고 계속 읽어 주라는 걸, "나도 이젠 더 이상 못 읽어!~~"고집을 피웠더니 결국 동화책이 아내의 손에 들렸습니다.

동화책

와이프는 한국 생활이 5년째 접어들었지만 선생님을 통한 한국어 공부는 2년 밖에 하지 못했어요. 나머지 3년은 남편과 이웃 분들의 대화를 통해 귀동냥으로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한글을 갓 깨우친 초등학생 수준(저 어릴 때의 기준)으로, 더듬 더듬 읽기 시작했어요.
옆에서 듣고 있자니 웃음이 흘러나왔는데 우리 은수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딸의 표정을 훔쳐봤습니다.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 줄 땐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던 딸이 엄마가 읽어 줄 땐 시큰둥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동화책을 다시 돌려받고 저한테 왔어요.

"아빠가 읽어 줘!"

"싫어! 엄마한테 계속 읽어 달라고 해!"
"엄마 재미없어!"ㄷㄷ


사실 제 딸은 다섯 살이라서 동화책의 글자를 그대로 읽어 주면 지루해 합니다. 글자는 눈으로만 읽고 아이한테는 머릿속에서 완성된 그림을 이야기해 주어야 재밌어 하지요. 

위에 사진에 있는 것을 예로 들자면,


(과장된 어투로) "도깨비가 벽장 속에 숨어 있어요!~~"

"왜?"
(놀래를 강조하며) "할아버지, 할머니 놀래 주려고.."
"왜?"
(그렇다는 듯이)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니깐..."

은수가 궁금한 부분은 <왜?> 이렇게 묻는데, 그걸 대답해 주어야 다음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다시..

할아버지께서, (놀란 어투로) "너 누구냐?" 물었어요.
"왜?"
(도깨비는 원래 장난꾸러기인 마냥) "도깨비가 장난치니깐..."

"도깨비처럼 은수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장난치면 안 되겠지?"
"네!~"
그럼, 다음 장으로 넘깁니다.

뭐 이런 식으로 읽어 주니, 아이도 깊이 빠져들어요.^^

글을 쓰다 보니 제 자랑글이 되고 말았네요.ㄷ

동화책은 글자 전달이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이 형식으로 읽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글자를 읽어 주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해 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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