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다섯 살이 되도록 어쩌다가 딸의 이름을 써볼 날이 있긴 했어도 앉은 자리에서 오십 번을 넘게 써야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딸의 유치원 입학식 준비물을 챙기다가 뜻밖의 문구를 보았지요. 어쩔 수 없이 볼펜을 꺼내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딸의 이름을 써내려 갔습니다. 

유치원

입학식 전날이 되어야 겨우 준비물을 사 갖고 집에 가지고 왔어요. 빠진 것이 있나 살펴보는데 낱개로 된 색연필까지 일일이 이름표를 붙여 달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오리엔테이션 때 유치원 선생님께서 당부하셨던 말씀이 기억나더군요.

이름

문구점에 들러 준비물이 적힌 쪽지를 보여주면서 빠짐없이 챙겨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쪽지의 어디를 봐도 준비물로 라벨이 적힌 곳은 없었지요. 집에 와서 풀어헤쳐 보니 라벨이 들어 있었다는.... 사장님의 센스가 백점 중에 백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한 것도 잠시, 오랜만에 볼펜을 들고 반복적으로 이름을 써보니 팔목이 자꾸만 굳어갔어요. 속도를 내려고 할수록 쓸데없는 힘만 잔뜩 들어갔지요. "아오, 뭔 글자를 쓰는데 팔목이 다 욱신거리냐?" 아내가 피식 웃더군요.~

색연필

안 도와줘도 되는데 아빠가 하는 것을 보고는 가만 있지를 못하는 딸이에요.

딸

ㅋㅋ... 
이젠 그러려니 하고 모른 척해요. 
도와준다는 것에 의미를 둘 뿐이죠.~

필통

천 필통에는 매직으로 이름을 쓰고..

스케치북

스케치북과 종합장에도 매직으로...


준비물

크레파스 겉뚜껑과 치약, 물컵까지...

서류철

파일 꽂이에도 매직으로 딸의 이름을 휘갈겨 주었습니다.^^~ 


색연필

12색 색연필과 12색 싸인펜은 라벨을 이용하여....

칫솔

칫솔은 라벨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서 매직으로 다시 이름을 써넣었어요.




크레파스

아참, 24색 크레파스도 있었지...

크레파스

타자기 속도는 빠르진 않아도 그럭저럭 나오는데, 볼펜으로 딸의 이름을 오십 번 넘게 쓰는 일은 영 할게 못되었어요. 연필이든 볼펜이든 멀어져 있다 보니, 종이에 글쓰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더군요.평생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까요?~

  1. 참교육 2014.03.04 08:19

    그러고 보니 정말 우리 아이들 이름 써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뜩하네요.
    이런 학부모 숙제 자주내야겠습니다.

  2. 고양이두마리 2014.03.04 08:57 신고

    그야말로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였군요

  3. 자칼타 2014.03.04 09:38

    어릴 때 모든 소지품에 이름표를 붙이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 이름을 직접 적다보면.. 뿌듯할 것 같은데요... ㅎㅎ

    • 도랑가재 2014.03.05 00:39 신고

      그런 날이 평생 몇 번 있겠어요?
      모두가 스치고 간 길, 전 첨이라 올려봣는데,
      옛기억 떠올리게 한 것만도 보람차네요.^^~~

  4. 굄돌 2014.03.04 10:56

    ㅎㅎ
    지나간 날들이 문득 그리워지네요.
    그런 날, 제게도 있었지요.

    • 도랑가재 2014.03.05 00:40 신고

      공유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것이 슬픈 일이라 할 지라도..ㅎ

      앗싸!~~~

  5. 저녁노을 2014.03.05 05:58

    손수 써 주셨군요.ㅎㅎ
    우리 아이들 어릴때 생각납니다.

  6. PinkWink 2014.03.05 19:12

    아~ 그렇군요.... ㅎㅎㅎ 이름적기... 큭~~
    그래도 글씨가 좋으신데요.. ㅎㅎ^^

    • 도랑가재 2014.03.05 19:56 신고

      악필인데, 반복적으로 쓰다 보니
      그나마 사연에 올릴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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