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포스트의 제목을 흐리고 갠 날이라고 올렸지만, 사실 날씨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예요. 둘 남매의 표정이 날씨처럼 흐리고 갠 표정이 뚜렷이 드러나서 비유한 제목입니다.

그래서 제목만 달랑 보고 찾아 오신 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에 평소보다 더 정성을 다해 포스트를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ㅎ~

표정

자식을 키우다 보면 자식은 자식대로 맘에 안 들었을 때의 표정이 있고, 부모는 부모대로 짜증을 낼 때의 표정이 있습니다. 저는 일단 러시아 소치올림픽 때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의 표정만 잡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비슷한 상황일 수 있겠네요.~ㅎ

은수한테 해줄 거 거의 다해주면서도 맘에 들지 않는 저런 표정이 자주 보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비밀? 아니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식한테 퍼주면 퍼줄수록 저런 표정이 더 자주 나옵니다. 자제를 통한 육아가 오히려 더 평화를 가져온다는 사실.. 이건 실생활의 경험을 통해 배워 나가는 중입니다.~

쭌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은수의 표정도 표정이지만, 그런 표정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더 애닳습니다. 그래도 그 마음 숨기며 둘째에게 시선을 돌렸지요.~

"쭌아, 혼자 잘 노네?^^"
"오루루, 까꿍!~~"

아들

"헉!~"
단박에 뛰어 옵니다. 보행기를 타고...ㅎ
"아빠, 기다려랏!~~"

평소 같으면 좀 안아 주겠는데, 제 바로 옆에서 쭌이의 외할머니께서 구경하고 계셨어요. 슬그머니 쭌이를 안아서 바로 인계해 드렸지요. 저는 안아 본 날이 많으니까.^^

봄

점심을 먹고 마당에 나가보니 봄햇살을 실감했습니다. 너무 따스했지요.
그래서 이럴 때 은수의 마음을 띄워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은수야, 아빠가 자전거 태워줄까?"

그 소리가 무섭게 엄마한테 달려가더군요.

"엄마! 나 마당에 나가서 아빠랑 자전거 탈 거야, 엄마는 마이쮸 안 사줘, 아빠만 사줄 거야"
우리 은수의 레파토리입니다. 물론 사 주고 안 사 주고의 명칭엔 늘 엄마아빠의 이름이 뒤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울 은수 성격이 강하지 못해서 결론은, 엄마도 사주고 아빠도 사주고 쭌이도 사준다는 레파토리로 끝나더군요.~

딸

어쨌거나 매우 흐림의 표정을 지었던 은수가, 나 봄이 왔노라고 알리는 노오란 산수유꽃처럼 밝고 명랑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아빠는 노오란 옷을 걸친 은수를 봤더니, 곧 화사한 봄 햇살처럼 따스한 온기를 만들 수 있단 생각이 금방 느껴지더랍니다. 

은수

마당에 나가자 마자 혼자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폐달을 돌렸어요. 한마디로 아빠랑 따로 노는 것이었지요. 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전거 타는 은수에게 카메라 렌즈 속으로만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은수의 꽁지머리를 타고 제 카메라 렌즈에 닿은 햇살이 얼마나 따스했는지 딸아이의 마음을 금방이라도 녹일 듯 했어요. 

자전거

그래서 무딘 아빠의 첫 한마디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은수야, 웃어 볼래?"

딸의 꽁지머리를 타고 렌즈 속으로 스며든 봄 햇살에 간지러움 탄 아빠가 내뱉은 말이 겨우 그 정도였어요. 하지만, 은수도 그 볕이 간지러웠는지 노오란 산수유꽃과 노오란 개나리를 합친 것보다, 더 화사하고 밝은 노오란 웃음으로 아빠를 맞이해줍니다.

정말이지 개나리 같은 미소였어요. 은수 뒤로 보이는 천방 둑의 개나리들이 언제나 노오란 꽃을 피울까 문지박을 나설 때마다 날을 세고 있었는데, 결국 은수가 먼저 꽃을 피우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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