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과 1월은 연중행사가 많아서 저에겐 1년 중에 식당을 가장 많이 찾게 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또 식당에 가게 되면 한번쯤은 이용하고 가는 것이 식당에 딸린 화장실이 아닐까 싶어요.

새해 들어 첫 모임에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영주 경북전문대학 강 건너편에 있는 단체 모임이 가능한 오리요리 전문식당인데,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급한(?) 나머지 화장실부터 찾았어요.

공중화장실

이곳 식당도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이 깔끔하게 청소해 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더군요. 

화장실

하지만,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가곡과 같이 느리지만 편안한 음악이 귀를 쩡쩡 울릴 정도로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어요. 어째서 이 식당의 주인은 음악을 이렇게 크게 틀어 놓았을까 싶을 정도로 볼륨이 꽤 높이 설정되어 있더라는...



일행이랑 함께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서로 간의 대화를 알아듣기 위해 평소보다 톤을 올려야 할 정도였답니다. 어디에 스피커가 설치되었는지 호기심에서 찾아보았는데, 처음엔 스피커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어요. 파란색 원 안의 것을 보고 공기청정기로 오인하는 바람에요.

만약에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면 나이트클럽이나 다를 바가 없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사장님의 배려가 담겨져 있었다는 것을..

손님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장소이다 보니 가끔 마음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없을 때가 생기기도 합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다른 손님들의 출입에도 신경이 덜 쓰이도록 하기 위해 볼륨은 높지만,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음악으로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저한테는 이런 작은 배려 하나가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미각의 기준에도 영향을 끼쳤던 하루였어요. 

작은 배려 만으로도 상대를 녹일 수 있다는 것!
생활에 녹여내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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