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번씩 산에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계획은 계획으로만 끝이 났어요. 아주 뜸하게 울 예쁜 풍산이랑 산에 오를 수 밖에 없었는데, 오늘이 딱 그날입니다.~
근데, 며칠 동안 산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산 입구부터 저랑 씨름을 해야 했어요.
"풍산아!~~ 이리와라, 잉!~~"
지금부터 강아지가 산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변하는지, 산을 만나면 벌써 연약해지는 울 강아지의 면모를 낯낯이 공개해봅니다.~
<도대체 날 어디로 인도하는 거냐구요?>
저는 이렇게 목줄을 풀어놓고 함께 산을 타게 되면 강아지도 무척 신이 날 줄 알았답니다.
"근데, 너 왜 이라노?"
"풍산아!~~"
"이리 왕!~~"
이름 한번 불러주면 겨우 몇 미터 따라와서는 다시 멈추어 서서, 제 집과의 거리만 견줘보기 바빴어요.
저희 집에서 불과 20여 미터 뒤에는 이런 야산이 있는데, 마치 고속도로를 만들어 놓은 마냥 야생동물들의 길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고개 돌리면 야생동물들의 지방도로도 보입니다.
조금이라도 덜 어설픈 산길을 선택해서 산을 타기 시작했어요.
집에 돌아갈까, 쥔 따라 산에 올라갈까,,
지지리도 망설이던 녀석입니다.
참다 못해 "풍싼아!~"
그제서야 쥔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근데, 너 올라오는 폼이 좀 거시기 하다?"
정말 말이 안 통해서 그렇지 죽어라 올라오기 싫어했던 표정이었습니다.~
제 고집이 겨우 강아지를 이겼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가 제 등 뒤에서 들렸어요.
두두두두,,,두두두두!~~~
등골이 오싹해졌지요...
고개를 돌려서 맷돼지가 보였다면 큰일 날 뻔했을 겁니다.
다행히 고라니였어요.
"휴!~~"
"십 년 감수했넹.."
그리고 나서 오늘 따라 산을 지지리도 타기 싫어했던 풍산이를 쳐다봤는데,,,
풍산이 왈!~ "아. 뭐꼬?~~" "나 다시 산 안탈 거야!~~"
말이 안 통하는 인간과 강아지인데, 그걸 어케 느꼈냐 하면요...
그 다음부터 제 옆에 꼭 붙더랍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산에 오르지도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난 몰라.. 집에 댈꼬 가 줘!~~" 막 이러는 표정이었어요.
슬그머니 다시 움직여봤습니다. 그랬더니, 울 풍산이는 반대로 내려갔어요.
다행인 것이 집까지 내려가지 않고 방향만 아래로 왔다갔다 했지요.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함께 산에 오르지 못할 것 같았어요. 이번엔 제가 고집을 꺾어주고 풍산이 뜻대로 하산을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울 풍산이 절 버리고 집까지 먼저 가지는 않았어요.
산 아래 집이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함께 가주더랍니다.
어때요?
멋진 풍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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