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는 영어 알파벳으로 된 옷이 한글로 적힌 옷보다 훨씬 많은 걸까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는 <미국>이란 나라 이름만 들어도 꿈이었고 이상의 세계로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 앞선 국가일 뿐인데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한글이 적힌 옷은 촌스럽고 알파벳이 적힌 옷은 뭔가 있어 보이는 듯이 소비자나 생산자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도 정체도 없는 영어 옷을 더 선호하니 이런 것은 한번쯤 심사숙고하고 넘어가야 할 듯 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여행 계획을 잡기 위해 마을 젊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의 일입니다. 한 친구가 큼지막한 알파벳 대문자가 씌어있는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네가 내 아비(아버지)가?" 그러는 것이었어요.

잠바

일행들 모두가 웃으며 말하는 그 친구가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갑자기 내뱉었는지 몰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NE(니) 
AR(아)
BY(비)

헐!~~

집에 돌아온 제가 저녁을 먹고 조용한 시간에 다시 생각나서 사전을 펼쳐보았어요.



영문 발음은 <니어바이>
뜻은 <가까운, 가까이로>의 형용사입니다.

이것도 참 이상한 것이 명사나 대명사처럼 똑 부러지는 사물이나 인물의 명칭이 아닌, 사물이 어떤 상태인지를 나타내는 형용사로 적힌 알파벳 문구가 유난히 많습니다.

그 옛날 유명 여배우 <맥 라이언>이 CF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섹시 마일드>라는 제품을 광고할 때의 일화입니다. 이 배우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서 토크쇼에 나와 조롱거리 삼아 이야기한 것이 큰 파장을 불러왔는데, 무슨 내용이냐 하면 말도 안되는 문구를 상표로 쓰고 있는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다. 

이제 다시 왜 말이 안되는지 살펴볼게요.

sexy와 mild 두 단어 모두가 형용사입니다. 뜻 풀이를 우리는 억지로 할 수 있지만, 영어권에선 상식적으로 통용이 되지 못하는 문법이지요. 
<섹시한 부드러운> 이 두 단어가 만났다고 해서 둘 중에 하나가 결코 명사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영어로 된 옷을 입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을 정도로 워낙 영어로 찍어내니까요. 다만, 그런 옷을 입을 땐 꼭 영한사전부터 들여다 보고 난 뒤, 조롱거리가 되지 않도록 예방은 하고 입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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