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겨울방학 시즌입니다. 제 딸 은수는 집에서 봄이 얼른 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은수한테는 따분한 집보다는 유치원에서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훨씬 기대되고 좋은가 봅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방학 통지서에는 <부모님과의 지킬 약속 세 가지>라는 제목으로, 약속을 잘 지킬 시에는 날짜 별로 색칠을 해주는 란이 있는데, 요것 때문에 은수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딸

방학 하는 날 통지서를 보긴 했어도 약속을 만들어 지키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은수다 싶어 덮어두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은수가 통지서에 색칠을 해서 선생님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아빠를 다그치는 것이었어요.

방학계획서

무슨 약속을 만들어줄까 이리저리 궁리 끝에, 드디어 세 가지 약속을 은수의 동의 하에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1. 밥 많이 먹기.
은수는 아기 때부터 입이 짧아서 지금도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많이 왜소해요. 그래서 제일 먼저 은수의 건강을 생각해보며 약속 하나를 만들어봤습니다.

2. 동생 잘 보기.
새해 들어 여섯 살이 된 은수한테는 16개월 밖에 안된 멋쟁이 남동생이 있어요. 평소에는 동생을 잘 보살펴주지만, 둘 다 물건 욕심이 있어서 가끔 싸울 때도 있습니다.

이제 아빠와 약속을 했으니, 양보해주는 은수를 볼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3.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이런 약속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아동들이 계획 잡는데 있어서 빠지지 않는 메뉴지 싶습니다. 저 어릴 때도 계획표를 짜면 맨 밑에 꼭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빠트리지 않고 기재해 놓곤 했는데, 그 만큼 좋은 습관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요.~

방학통지서

2월 2일 개학 하는 전날까지 매일 한번 색칠을 할 수 있는 눈사람이 그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은수

세 가지 약속을 정하기가 무섭게, "아빠, 내가 지금 색칠하면 안돼?" 이러는 것이었어요.
<잉,뭐지? 통지서가 스케치북으로 보이는 이 불길한 마음은..>
만약 그렇게 하면 약속과 상관없이 색칠을 할게 빤히 보이는 거 있지요?

"안돼!~"

"색칠은 은수가 세 가지 약속을 잘 지켰다고 생각 들면 아빠가 해주는 거야!~" 

그렇게 말 했더니,,

은수

은수의 표정이 급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 그 뒤에도 틈만 나면 색연필을 들고 와서 색칠을 하겠다고 했어요.

"내일부터 약속을 잘 지키면 아빠가 꺼내줄 테니, 그때 색칠해!~~"

겨우 은수를 설득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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