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왔어요. 아이들 기상 건강시간인 아침 8시에 딱 맞추어 일어나준 둘째가 너무너무 대견했어요. 하지만,누나가 방학기간이었다면 둘째 쭌이한테는 징그럽게도 길었던 감기기간이었습니다.

그나마 입원하지 않고 약으로 꿋꿋하게 잘 버텨준 덕분에 엄마아빠의 근심도 덜었고, 
이제는 막 감기로부터 졸업을 시켜줄 때도 된 것 같아 평상심을 찾아갔는데,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시작된 칭얼거림이 오전 해가 다 가도록 끝나지 않더랍니다. 제가 어제 하루 종일 집에 없었던 관계로 이유가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었어요.

그런 쭌이를 아기엄마한테 떠맡기고 그저께 못 다한 일을 하러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신발을 신고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에 쭌이가 문을 열더니 아빠가 거실 바닥에 빠트려 놓았던 은단을 챙겨주더군요.

"고마워요. 문닫고 들어가세요^^ "
그랬더니, 문을 닫고 가만히 서있는 것이 유리를 통해 비쳤어요. 아마 아빠가 보이지 않으면 또 문을 열고 나오려고 그런 것 같아요.

문을 열고 몇 발자국만 더 걸어 나오면 계단과 가까운 곳이라 문살을 잡고 서있으면 저도 꼼짝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제서야 감이 오더랍니다. 우리 둘째가 오늘 따라 유난히 칭얼거렸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동안 감기 기운이 있어서 일체 바깥 출입을 통제 시켰던 부모였어요. 아무래도 쭌이한테는 당장 감기 걱정보다 실내에만 있어야 했던 스트레스가 더 무서운 적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에, 쭌이를 중무장 시켜서 마당으로 나오게 했습니다.

쭌

그렇게 칭얼대던 쭌이가 마당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는 표정부터 밝아지더랍니다.


아들

오전까지 비가 내리다가 멈추었어요. 아직 해는 구름 속에 갇혀있지만, 날씨는 춘삼월 날씨처럼 포근했답니다.


둘째

다시 장난기도 발동하고 익살스러운 표정도 살아났어요.


아들

혼자 뭐라 홍알홍알거리며 이야기를 하더군요.
비록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기분 좋아 이야기하고 있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아들

쭌이가 바라 보는 곳엔 얼마 전에 둘째 누님으로부터 분양 받은 풍산이가 있어요.



강아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니 이제는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가 봅니다.


남매

앞에 누나가 있으니 용기 내어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는 쭌이..


남매

"누나, 손 잡아 주숑!~"


쭌

낭패 났답니다.ㅋ

왜?

손 잡고 놀아주던 누나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안보였기 때문입니다. 쭌이의 타 들어가는 속을 얼른 꺼주어야겠지요.

"은수야!~~ 동생이랑 놀아줘야지?~~ㅋ"




"누나야,얼릉 온나!~"




은수도 자기를 기다려 준 동생이 있다는 것이 싫지 만은 않은 표정이었어요.




동생을 위해 춤까지 선보여주는 기특한 누나입니다.




누나의 이런 노래, 이런 춤에 쭌이의 발걸음도 더욱 가벼워졌어요. 멍멍이는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하품하누?

아기들이 갑자기 칭얼거릴 땐 컨디션이 안 좋을 때입니다. 미열이 있거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특히 심하더군요. 그런 쭌이를  잠시나마 밖으로 데리고 나와 바람을 쐬어주었어요. 약 10여 분 정도 온 가족이 쭌이를 위해 마당에서 함께 놀아주었답니다. 그 후 쭌이의 답답했던 가슴이 훌훌 털렸는지 더 이상의 보챔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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