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요? 둘 남매의 모습을 아빠의 입장에서 일기로 만들어봤습니다.

요즘은 유치원을 다시 다닐 수 있어 재미있다는 여섯 살 딸, 그러고 보니 긴 겨울방학 내내 원치 않은 방콕 생활로 따분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떡하지요?
내일 유치원 수료식이 끝나면 보름 가까이 또 방학을 맞이해야 하니 아빠의 몫이 배가 되어야 할 것 같군요.

은수

저한테는 이렇게 예쁜 딸이 있습니다. 누구인들 자기 자식이 안 예뻐 보일 수가 있겠나요? 
이렇게 예쁜 딸이 유치원을 다녀와서는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농삿일의 시작인 거름 펴기 작업을 마치고 트랙터를 세우자마자 열렬히 반겨주는 딸인데, 이건 딸 가진 아빠들만 알 수 있는 기분이겠지요. 


맞딸

"와, 울 예쁜 딸, 오랜 만에(춥기 때문에) 바깥에 나왔네?"

앙증맞은 모자를 눌러 쓰고 주인이 벌써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법한 가을 냄새 물씬 풍기는 원피스를 차려 입고 아빠를 반겨주는 딸애 표정은...예수의 눈빛보다 맑고 석가의 미소보다 해맑아 보였습니다.


아이

농촌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썰렁한 산골 마을에 집에 돌아오면 함께 놀아줄 친구라고는... 지난 해 가을에 떨어진 밤송이가 일일 벗이 되어주었답니다.


그렇다면 동생 쭌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들

"헤이, 아빠!~~"

정작 겨울엔 춥지 않고 설 대목이 가까워오니 오냐 보자는 식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집안에만 있어야 했던 쭌이가 잠깐 따스한 한낮을 기회로 삼아 엄마아빠와 함께 일터 견학을 갔어요. 

쭌

"사진 찍지 말고 놀아 달란 말야!"

엄마 손잡고 하우스 온상에 들어갔던 쭌이가 밖에서 카메라 들고 있는 아빠를 보더니 쫓아왔습니다. 쭌이는 이제 17개월, 하지만 세 살이 되었어요. 어찌 보면 봄 같은 봄을 스스로 맞이해본 적 없는 아주 어린아이입니다. 

그래서 이 아빠는...

산이 있고 흙이 있고 산새가 울어 재키는 신선들의 공터에서 아들을 위한 봄을 잔뜩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