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쭌이는 무엇을 주던지 간에 잘 먹는 체질이지만, 첫째 은수는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은데 잘 먹지 않으려고 해요. 한마디로 먹는 것에 취미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젖 때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이유식을 시작할 때부터 소식가의 기질을 타고 났었나 봅니다.
결국 서너 살 때, 어린이집에 보내면서부터 감기를 쭉 달게 되는 원인이 되더군요. 유치원 가서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어 큰 맘먹고 체질 개선 탕약을 먹인 이후로는 조금씩 밥을 많이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나서는 지난 가을부터 이때까지 감기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유치원을 잘 다니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추워 집에만 있어서 그런지 괜히 서두가 길어졌네요.
점심 때, 아이들에게 볶음밥 메뉴를 셋팅하신 마눌님, 작은 상 위에 은수꺼랑 동생 쭌이꺼랑 볶음밥 두 공기와 김치 그리고 땅콩 반찬을 얹어 거실로 들고 나왔어요.
위에 설명한 그대로입니다. 은수밥, 쭌이밥...
그리고 아이들 잘 먹지 않는 김치와 쭌이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땅콩 반찬...
이건 뭐 지켜봤던 아빠가 봐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상처럼 보였어요. 손님들 오면 찻잔 올리는 용도의 작은 상에 올려졌는데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쭌이 손입니다. 엄마가 옆에서 볶음밥을 떠 먹이기 위해 숟가락을 잡고 있는데, 벌써 땅콩 반찬에 손을 얹더니,,
메롱!~~
순삭해 버렸어요.
밥이라면 끼니용으로 생각하고 억지로 먹던 첫째 은수가 밥 먹을 때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도 오랜만인 것 같아요.
둘째는 식성이 좋아 두말하면 잔소립니다.
그렇다면 둘 남매가, 아니 은수가 식성 좋은 동생처럼 맛나게 먹으면서 "우와, 맛있다!"고 아빠한테 해맑은 모습을 보이며 먹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도 궁금해서 그 이유를 아내한테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볶음밥으로 아이들을 매료 시켰던 것은, 다름 아닌 시래기를 넣은 밥이었어요.
아내가 "시래기밥으로 볶음밥을 만들었더니 이렇게 잘 먹더라!" 라고 해서 바로 확인해봤습니다. 이왕 포스트 할 내용이라 아무런 양념 무치지 않고, 전기밥솥의 시래기밥만 한숟갈 떠 먹어봤어요.
"으음,,, " 찰밥처럼 쫀득한 것이 간장만 있으면 한 그릇은 쥐도 새도 모르게 해치우겠더랍니다.
지난 10월 말에 담은 김치예요. 오랫동안 맛의 변화 없이 먹으려면 간을 적게 넣는 것이 기본인가 봅니다. 처음엔 맛없다고 많이 투덜거렸었는데...
아이들 김치 잘 안 먹는 것을 봐온 터라 저희는 아이들 입맛에 맞게 맵지 않고 싱겁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야 아이들한테서 맵다거니, 짜다거니 하는 핑계로 김치를 멀리하게 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과는 대 만족입니다. 울 은수 이젠 아빠가 제일 아끼는 총각김치마저도 넘보고 있어요.
점심때 시래기밥으로 만든 볶음밥 때문에 아내는 아이들로부터 점수를 왕창 올리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낮에 여운이 깊었는지 저녁에는 낮에 먹었던 볶음밥에 시래기국까지 업그레이드시켜 들고 나오더군요.
<오늘 온 가족의 인기를 독차지했던 시래기입니다. 시래기는 일반 무청과 단무지 무청이 있는데, 단무지 무청으로 만든 시래기가 질기지 않고 더 부드럽습니다.>
가족 간에도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내가 아이들로부터 점수를 왕창 따면 아빤 질투도 생기고 만회해야겠단 생각까지 하게 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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