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사진은 빠질 수 없는 첨가제이면서 긴 글을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걸 새삼 실감하고 있어요. 글이란 억지로 지어 짠다고 해서 막 생산이 되지 않더군요. 하지만, 사진은 길 가다가 예쁜 모습 찍어두면 언젠 가는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하면서 긴 글을 짤막하게 올리게 할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블로그에 글 올리는 데는 평소에 관심 있는 현상을 찍어 둔 사진이나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린 사진들이 큰 힘을 발휘하더군요.

그런 이유로 어디를 가더라도 카메라는 늘 제 곁에 있지만,그렇게 분신 같은 카메라도 가끔은 깜빡하고 챙기지 못할 때가 있어요.

갈대의바람

그리고 카메라가 없는 날엔 일상처럼 보이던 풍경도 왜 그렇게 예뻐 보이는 걸까요? 그땐 이 세월이 참 요긴함을 깨닫습니다. 삐삐와 밥통이 아직도 제 머리 속에 생생한데, 핸드폰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제 주머니엔 스마트폰이 들어와 있었으니까요.



스마트폰으로 바람을 찍고 싶었습니다. 강한 봄바람이라 충분히 가능해 보였어요.


봄을 가로막은 마지막 겨울의 몸부림이 온 산간을 울부짖게 했던 날로 기억됩니다. 산과 들녘, 차가 다니는 도롯가의 굵은 가로수들마저도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웅웅> 소리를 질렀던 날입니다.



모두를 노래 부르게 했던 바람을, 갈대를 통해 보고 싶어 스마트폰으로 연신 찍어봤어요.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왔고 훗날 이 사진을 봤습니다. 

"어랏,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도 바람이 잘 보이네?"

갈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려 바람을 찍기 딱 좋은 소재인 것 같아요. 

누가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고 했는지 몰라도 그건 갈대의 겉모습만 파악한 소리입니다. 

갈대의 깊은 속을 헤아려 보면,,

대나무는 바람에 크게 울어도 갈대는 절대 우는 법이 없습니다. 가끔 새처럼 지저귀기는 해요. 또 소나무는 바람에 부러져도 갈대는 절대 부러지지 않습니다. 매화는 힘 잃은 눈꽃 위에 꽃을 피우지만, 갈대는 엄동설한에 비로소 아름다움을 가꿉니다.

이런 갈대일 진데 어찌 작은 바람에 흔들림만 봤을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