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해도 봄을 알리는 건 역시 남쪽이 훨씬 빠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북쪽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고 아주 어중간한 지역이에요. 바로 예천입니다. 뉴스를 보다가 내일 날씨를 보면 가끔 허탈할 때가 있어요. 

남부지방은 비가 오겠고 중부지방은 흐리겠고, 영동지방은 눈발이 내리겠고 영서지역은 맑겠다고 하는데 제가 사는 곳의 날씨가 애매합니다. 영남지방이라면 영남지방인데, 영남지역 날씨 하고는 딴 판이거든요. 그렇다고 강원도 날씨도 아니고,,,

봉화와 춘양, 영주, 예천은 강원도가 아니면서 강원도 날씨를 닮은 영남지방이에요.

우스갯소리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젠 누구나 봄길을 거닐고 싶고 봄날을 만끽하고 싶은 3월입니다. 그래도 아직 까지는 산이나 도롯가에 초록 물결이 출렁이기엔 시기가 이른 감이 있어 제대로 된 봄날의 자태를 만끽할 수가 없는 때입니다.

하지만, 전,,

비록 하우스 안이지만 생동감 넘치는 변화에 깜짝 놀랄 정도로 바뀐 봄 환경에 오늘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해요.  

고구마농사

사진 정보를 보니 3월 17일 오후 3시 경에 찍었던 제 고구마 하우스의 현장입니다.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할 예정인 고구마 모종 후보님들이 이렇게 빈약하기 짝이 없어요.


"너희들 도대체 언제쯤 적셔 놓은 대지를 푸짐하게 덮어 줄 거냐?"

밤고구마잎

그리고 나서 딱 일주일이 지난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땅이 마르는 기미가 보여 물을 또 한번 흠뻑 적신 다음 날인 24일
, 정확히 일주일 만에 이런 모습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너희들이 정녕 일주일 전에 갸들이었냐?"

농사짓고 있는 제가 화들짝 놀란 이유는 일주일 전과 같은 상황에선 속 비닐을 덮은 채로 놔두기 때문이었어요. 23일 물을 주었던 관계로 다음 날 확인 차 속 비닐을 걷고 살펴보았던 거죠.

고구마농사

그렇다면 화려한 도시 옆의 변두리 지역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하우스 안이라도 아주 미약한 해발의 차이에 따라 쉽게 말씀드리자면 대지의 높낮이에 따라 이 고구마 싹은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지대의 높낮이 차이는 벛꽃이 피는 시기가 경남과 강원도라 보시면 될 듯.. 그리고, 담요를 벗기거나 덮기 위해 매일 출입하는 문 쪽은 거의 시베리아 수준입니다.


여긴 조금 전의 사진 바로 옆 지역인데도 이제야 두더지가 땅굴 팔 때 흙이 떠밀려 올라오는 것처럼 대지가 갈라지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밤고구마

그럼 하우스 안의 한 망은 총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본 실제와는 달리 사진에선 참 예쁘게 나왔습니다. 여하튼 제가 고구마 모종농사를 짓고 있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이런 모습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것이 생명을 탄생 시키는 봄의 위력인가 봐요.
감히 누가
 봄을 여자의 계절이라고 했을까요?

기나긴 시련을 딛고 역동적으로 피어나는 생명력은 사계절 중에 가장 위대한 왕좌의 계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호박고구마

"앗,,얘네는 누굴까요?"

책갈피로 애용했던 단풍잎이 생각납니다. 그런 단풍나무도 애초에 초록 잎사귀를 내미는 녀석이 있는 반면에, 붉은색 단풍잎을 내미는 녀석이 있듯이 고구마 또한 초록 고구마 잎과 자주색 고구마 잎이 애초부터 타고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녀석들은 바로 호박고구마 잎입니다.


호박고구마잎

여긴 재미있는 하우스입니다. 아침 햇살이 비치면 담요를 벗기러 들어가면서 초록 물결 넘실거리는 장면만 보다가 뒤돌아 나올 땐 다시 단풍을 보는 듯해 웃음이 절로 나왔거든요.

비록 하우스 안에서 봄을 만끽해봤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생명이 넘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해봤어요. 하우스 안의 모습으로 역동적인 봄을 소개했다고 속았다 하지 마시고  함께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