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한정되어 있고 농삿일은 겹쳐져 있는 달이 바로 5월, 그것도 지금 당장이자 이달이 끝날 때까지는 끝이 없는 완전 체력전 같습니다.

4월 초순 경부터 거름을 펴주고 중순 경부터는 비닐 피복으로 험난한 이 고비를 대비했지만, 작물을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뒷감당이 참으로 농부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저에겐 잔인한 5월이자, 자연에 있어서는 모든 씨앗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축복의 5월이겠지요.

갈수록 할머니들의 손이 하나둘 퇴임을 하시니 일손 구하는 것도 어려워져 가고 있는 현실이 더 척박한 삶으로 내몰고 있는 기분이에요. 뭘 해도 바쁘고 뭘 해도 계속해서 손을 내미는 밭들과 논들을 쳐다 보자니 한숨 쉴 여유도 없는 것이 5월인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애를 태우며 일을 하다가 오랜만에 이웃 어르신이 예전에 가르쳐 주셨던 방법을 써먹어 보기로 했어요.

바쁠 땐 돌아가라!

발등에 뜨거운 촛농이 떨어졌다고 촛농만 떼어내면 계속해서 촛농이 떨어질 테니,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촛대의 불을 꺼야겠지요.

논작업

그래서 고추를 심은 밭에 지주대를 꽂아주는 일을 마다하고 그 밭둑에 망초풀을 잡아주는 것을 마다하고 또 수박밭에 수박모종을 심어서 유인망을 설치해주는 일을 마다하고 논으로 달려왔어요.

아무리 해도 더 바쁘게 만드는 녀석들을 뒤로 제쳐두기로 했습니다.

트랙터

고구마밭 장만하는 일과 참깨밭 장만하는 일도 역시 제쳐두었어요.


가장 느긋하게 준비해도 될 논으로 달려왔습니다.


트랙터

당장 해야 할 바쁜 일을 해도 또 바빠지는 현실이 되고 있으니 차라리 며칠 후에 만날 새로운 일과 겹쳐져서 더 힘들어지기 전에 멀리 있는 근심부터 없애기로 했습니다.

로터리작업

제가 농사 경력이 없어서 물어가며 터득한 트랙터 로터리작업 방법인데, 고수 분들의 방법을 흉내는 내고 있지만 아직도 서툰 것이 트랙터작업이에요.

로터리

트랙터 꽁무니에 달린 이 녀석이 바로 로터리입니다. 트랙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기이자 가장 많은 일을 쳐내는 작업기예요. 사실 트랙터의 모든 작업의 시작은 바로 이 로터리입니다.


논

아랫논으로 내려와서 방금 마친 윗논의 모습을 찍어봤어요. 제 트랙터가 74마력짜리라서 조금 높은 편인데, 저희 마을 논들은 농지 정리를 할 수 없는 조건이어서 논둑이 꽤 높습니다. 트랙터 위에서 찍었어도 훤하게 보이지 않네요.

그래도 기계가 좋긴 합니다. 논 네 자리, 열 네마지기(2,800평)를 오후 한나절 만에 끝내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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