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제비들이 날아들어 저희 집을 염탐하고 있었어요. 하지만,올해도 전 희망을 갖지 않았습니다. 기와집에서 살고 있었을 땐 매년 집을 짓고 예쁜 새끼들 낳아 잘 기르다가 먼 곳으로 이사를 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콘크리트 슬러브 집으로 개축하고 나서부터는 더 이상 제비들이 집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비

올해도 늘 그랬듯 저희 집에 제비는 찾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제비도 적벽돌로 지어진 저희 집을 둘러만 봤을 뿐 모두 외면하고는 떠나갔어요.

제비집

그러다가 올해는 제비 한 쌍이 저희 집을 선택했어요.


매년 봄에 찾아왔다가 지나치기만 했던 제비가 마침내 저희 집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제비

사진 찍는 소리에 놀랐는지 어디론가 훌쩍 날아갔어요. 그게 아니라면 또 구슬땀 흘리러 갔겠지요.


제비집

가까이서 본 제비 둥지는 동글동글한 진흙에 가는 지푸라기들로 엮여있었습니다. 논바닥 흙인지 아니면 부리로 적셨는지 이 곳으로 가지고 올 땐 진흙 덩어리였답니다.

제비집이 하루빨리 완성되어 제비 가정의 사랑도 훔쳐보고 먹이 달라고 짹짹거리는 새끼들도 보고 싶어 졌어요.

제비가 집을 짓기로 선택한 이 장소는 원래 땡비(벌)집이 달려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비 두 마리가 이곳에 와서는 소리 지르며 서로에게 뭐라 하는 것 같았는데, 그 이후 주인 없는 묵은 벌집을 헐고 지었답니다.

처음으로 저희가 사는 양옥집에 둥지를 튼 이 제비 부부는 석양을 좋아해서일까요?
집의 방향을 해가 저물면 석양이 내리 보이는 서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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