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라서 바쁘면 블로그 생활도 할 수 없는 처지임을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실감하면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이틀 간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오래 지속되어온 가뭄 해갈에 천금 같은 비였어요.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가뭄도 이제 한 풀 꺾이게 되었고 농부의 시름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던 하루였습니다. 

비

지난 6월 2일 찍어두었던 사진이에요. 그날 역시 이번 장맛비처럼 종일 비가 내렸던 날이었는데, 작물을 심은 지 한 달이 지나 뿌리가 겨우 물을 먹을 수 있었던 날이었어요.


고추밭

그동안 가뭄이 심해 몰골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청양고추밭에 제일 먼저 달려와봤습니다.


비

겉흙뿐 아니라 속흙까지 적셔주었던 비였어요. 제 기억으로는 7월 7일 장맛비가 내리기 전까지 뿌리에 빗물이 닿을 수 있었던 유일했던 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청양초

아무튼 그때의 비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매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비를 구경하느라 안에서 놀고 있던 남매도 밖으로 나왔어요.

세상에..

비는 일상 속에 흔하디 흔한 것인데, 아이들은 어찌 비를 이렇도록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을까요?

고추밭

그로부터 또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달력은 찢고 찢기어져서 어느덧 7월에 멈추어 서게 되었지요. 


"장마도 실종됐냐?"


6월 2일 딱 한번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던 그날의 비 외에는 날짜만 흘러 7월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땅 꺼질 듯한 한숨 소리와 원망 가득한 시선만 매일매일 하늘로 쏘아 올렸어요.

지나가는 구름이라도 보이면 붙들고 막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졌습니다.

홍초

그렇게 애를 태웠던 비는 다시 한 달이 더 지나서 찾아왔습니다. 7월 7일에 시작한 장맛비는 다음 날에도 멈추지 않고 밭을 흠뻑 적셔주었어요. 마침내 길었던 가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가 그친 뒤 지난번처럼 청양고추밭에 먼저 달려갔습니다. 이 밭이 가뭄을 제일 심하게 받고 있었거든요.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아직 두 번째 줄밖에 치지 못했지만, 벌써 홍초도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청양초

밭에 정식을 한지도 달이 지났습니다. 물도 이제 겨우 두 번 마신 격이에요. 그렇다 보니 예년에 비해 작황이 초라한 모습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정상을 되찾아가는 모습에 안도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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