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고추 수확이 한창일 때였어요. 밖으로 함께 나온 세 살 아들 쭌이가 따로 놀지 못하고 엄마아빠가 일하고 있는 고추건조기 안까지 들어왔답니다.

아내가 선별해 놓은 건고추를 소쿠리를 이용해 자루에 담고 잠시 뒤 근량을 맞추기 위해 자루를 만지는 사이에 아들 녀석이 아빠가 했던 일을 따라하고 있었어요.

아들

아직 바싹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쭌이가 그런 고추를 밟을 때마다 짜작짜작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었어요.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빠의 일손을 돕고자 예쁜 맘을 쓰고 있는데 말이죠.

세살

(아빠가 이 소쿠리로 건고추를 담아 저 자루에 넣었지?)

소쿠리를 들고 자루까지 쫓아와서는 확인까지 해보더라는..

아기

(나도 이 소쿠리에 담아서 자루에 넣어야지!)


아들

ㅋㅋ
소쿠리를 잘못 잡았기 때문에 들 수가 없었어요.
헬프 요청이 왔습니다.


그게 쭌이가 할 수 있는 한계점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세살

그 이후로는 양손을 벌려 소쿠리의 좌우를 잡더니..


아기

으랏찻차!


아들

혼자 힘으로 소쿠리를 들고 자루에 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아빠가 자루 바깥으로 흐르지 않도록 자루를 잘 잡아주었답니다. 자루만 말이죠.

세살

건고추를 소쿠리에 담아 자루에 넣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멈추지 않고 계속 갖다 넣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담아야 일이 빠르겠지요? 곧 쭌이를 설득하고 울지 않게 슬그머니 소쿠리를 제 손으로 가져왔습니다.

쭌이가 매운 고추를 계속 만지며 놀았기 때문에 손으로 얼굴이라도 비벼 쓰리다고 할까 은근히 걱정이 들긴 했지만, 다행히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한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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