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겨우 버티고 있던 닭사료가 바닥을 보인 까닭에 엊그제부터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도록 닭장 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처음 닭장 문을 열어야겠다고 했을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은수가 닭장까지 쫓아 올라와서는 닭들이 언제나 밖에 나오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닭들도 바깥 출입이 처음이라서 마당까지 내려오는데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수는 여태 닭 주위에서 떨어질 줄 몰랐어요.
마당에서 굴러다니고 있던 목욕할 때 사용했던 의자를 갖고 오더니, 자리까지 잡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서 지켜보기 시작했어요.
"은수야, 너 때문에 닭들이 움직일 수가 없잖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게 피해 달라고 해도 아주 잠시 잠깐만 피해있다가 곧장 닭들 무리에 합류하더군요.
여러 마리 중에 한 녀석이 은수 쪽으로 응가를 한 모양이에요. 그걸 자세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은수가 기겁을 하고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습니다.
다음날에 또 방사를 했고 모이를 쪼아 먹는 닭들의 모습이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닭들 주변에서 지켜보는 딸..
"아빠, 닭들이 너무 신기해!"
싱글벙글 웃는 은수와는 달리 계속 따라다니는 은수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는지 모이를 주워 먹다 말고 슬글슬금 피하기 시작하는 닭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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