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둘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는 지금, 예전에 찍어두었던 남매의 갓난아기 때의 사진을 들춰보면서 다시 한번 행복에 젖어보았는데요, 어느 순간인들 행복하지 않은 날이 있었겠어요? 그래도 그 중에서 평생 잊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억에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면..

기억을 되짚어가며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막 나오기 시작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어요.


아기


아기를 키우면서 가져보았던 다섯 번의 감동!

첫 번째.
세상의 모든 예비 엄마아빠들의 떨리고 손꼽아 기다려왔던 바로 그날 출산의 순간입니다. 초음파로 아기의 모습을 흐릿하게나마 봐왔겠지만, 세상 밖으로 나와 엄마아빠 앞에서 우렁찬 첫 울음소리와 함께 직접 대면하는 것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어요.

아기


두 번째.
언제나 가만히 누워 있을 줄 알았던 아기가 갑자기 몸을 뒤집는 순간입니다. 삼칠이 지나면서 얼굴엔 젖살이 붙어 볼이 통통해져요. 키도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짝 꼼지락거릴 뿐 늘 등을 붙이고 가만히 누워있기만 합니다.

"조금 답답하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뒤집기


며칠 전부터 팔과 다리를 들어 <나 뒤집겠노라!>
신호를 보내준 아기는 젖 먹던 힘을 다해 결국 뒤집기에 성공합니다. 그동안 누워 지내기만 했던 아기가 어느 날 이렇게 몸을 뒤집었을 때는 울 가족 모두가 박수를 쳐주며 기쁨의 순간을 맞이했었습니다.

앉기


세 번째.
앉기에 성공했을 때예요. 몸을 뒤집게 되면 곧 기기 시작하고 발로 이불을 차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희 둘째 쭌이는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나더군요.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바닥을 기어 다니던 아기가 <앉아 보겠노라!>고 선언을 합니다. 이런 과정은 엄마아빠가 도와준다고 해서 더 빨리 진행되는 것도 아니에요.

일어서기


네 번째.
일어나서 첫 발을 내디딜 때. 한 단계 한 단계 자연의 섭리대로 성장해가는 아기를 볼 때마다 놀라움과 감동을 선사해주는 아기..
아직 대망의 프로젝트가 남아있습니다. 앉기 자세가 자연스러워지면 어느 순간엔 일어서려고 해요.


TV속이나 실제로 본 동물의 세계에선 태어나자 마자 하루 해를 넘기지 않고 단시간에 일어서기에 성공합니다. 물론 초식동물들의 이야기고 육식동물들은 조금 늦은 편입니다. 하지만,사람은?

아기들마다 시기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의 아기들은 태어나서 첫발을 뗄 때까지 장장 1년 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발을 떼는 순간을 지켜보는 부모 입장에서도 가슴이 조마조마...

혹시나 넘어지거나 엎어지지 않을까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되지요. 그러다가 넘어지지 않고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디면 놓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 됩니다.

남매


다섯 번째.
오늘 이야기의 마지막입니다.

"엄마"라고 말을 할 때. 배가 고파지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할 상황이 오면 "으앙,으앙" 울기만 했던 아기가 어느 날 처음으로 <엄마>를 불러봅니다.

"엄마!"


"여보,방금 들었어?"
"응!"
"우와, 우리 아기가 <엄마>라고 말을 다하네!"

"그럼 <아빠>란 소리도 곧 하겠지?"

첫 아기를 낳았을 당시엔 <아빠>란 소리를 아기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가슴 두근거리며 하루하루 손꼽아기다려봤습니다. 하지만, <아빠>라고 딸아이가 불렀던 시기는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어요.

비록 <엄마>란 말보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 듣게 되었지만, 그날은 제게 있어서 비로소 진짜 아빠가 된 것 같은 진한 여운이 심금을 울렸던 날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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