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황새는 우리나라에서 좀체 만나보기 힘든 희귀종으로 천연기념물 제 200호로 지정되어 있어요. 1900년 이래 1963년 3월에 경북 안동군 도산면 가송동 일대에서 유일한 번식지가 알려진 이후, 2년 뒤인 1965년 6월 부화한 새끼 두 마리를 확인했지만, 그마저도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1983~84년 함경북도 무산군에서 번식기 동안 한 쌍이 발견되었지만, 둥지는 결국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하네요.

한반도에서는 1979년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서 북한 지역을 왕래하는 먹황새 한 마리를 시작으로 해에 따라 한 마리의 개체 정도가
 한반도에 가끔 모습을 보일 정도로 매우 희귀한 야생 조류입니다.

그런 희귀종을 오늘 제가 목격했습니다. 이른 아침 서리가 사뿐히 내려앉아 있는 내성천 지류에 발을 디뎌 놓고 긴 부리로 물속의 무엇인가를 연신 입 속으로 가져가고 있었습니다.

먹황새


차에서 내려 문을 닫으니까 경계를 품고 있던 먹황새가 이내 날개짓을 시작했어요. 거리는 먹황새로부터 불과 2~30여 미터의 거리.. 차를 세우지 않고 그냥 지나쳤더라면 아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먹황새


지난 10월 달에도 모래 알갱이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 내성천에서 조용히 여가를 보내고 있던 먹황새를 목격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했는데, 오늘에 와서 딱 그런 날이 찾아왔습니다.
 

먹황새


지금껏 이 먹황새를 본 것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또 사진으로 확대해서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도 처음이었어요.

먹황새


날개를 쭉 펴고 그 큰 몸을 공중으로 띄워 물 흐르는 쪽을 따라 다리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먹황새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날개짓을 하며 날기 시작했기 때문에 카메라 셋팅이고 뭐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저 날아가고 있는 먹황새를 제 카메라 뷰파인더에서 놓치지 않으려고만 했지요. 오늘이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오겠어요?

먹황새


제가 서있는 다리 밑을 통과해서 아래쪽으로 훌훌 날아가는 모습입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고 날아 갈 것이지..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어요.

천연기념물200호


"너 어디까지 날아갈 거야?"
제 마음 같아선 거기에서 멈추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어요. 

먹황새


아무튼 부드러운 날개짓으로 유유히 물 위를 날아가던 먹황새가 여기 정도면 안전하겠다 싶었는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다시 안착을 했어요.

먹황새


제가 다리 위에서 물 속을 봤을 땐, 피라미 한 마리 눈에 띄지 않았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배를 채우는 걸까요?

먹황새


위에 나열한 사진들을 찍은 순서에 맞게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바꾸어봤어요. 



아래는 먹황새와 저와의 거리를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도록 제가 찍은 원본 사진들의 일부를 세 장 선정해서 참고용으로 올립니다. 

먹황새


먹황새


먹황새


먹황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는 천연기념물이에요. 멸종 위기 1급과 2급의 차이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1급은 멸종 위기에 처해진 상태, 2급은 현재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해질 수 있는 상태. 군더더기 없이 줄이면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10월 달에 이 먹황새를 봤을 때 "왜 혼자라니?" 가뜩이나 없는 종이라서 이왕이면 한 쌍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기러기나 천둥오리처럼 떼를 지어 사는 것이 아니라지만, 큰 덩치가 홀로 노니는 모습은 못 봐주겠더군요. 

우리나라에서 9월과 10월, 12월과 1월에 찾아온다고 하지만, 그나마 이 먹황새를 볼 수 있는 곳은 현재 내성천 뿐일까요? 저는 그 장소에 서있고 다음에 운 좋으면 다시 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한 마리가 아닌 암수 한 쌍을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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