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설날이 가까워오면 저희 어머니께서 주로 만드셨던 음식 중에 대표적인 것이 감주(식혜)와 식해, 두부와 메밀묵이 있었는데, 식해는 어쩐 일인지 어릴 적에 이렇게 생긴 것이 식해구나 알 정도로만 보이고 말았던 음식이고, 감주는 아내가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도 즐겨 만들어 먹는 먹거리가 되었어요. 


두부도 매년 설날에 맞추어 먹긴 해도 그때 그 시절처럼 직접 만들어 먹지는 않습니다. 교통이 좋아 졌기에 주문해두었다가 찾아오기만 하면 되었거든요. 문제는 메밀묵인데, 어
떤 설날에는 만들어지고 어떤 설날에는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설날에 먹는 음식으로 분간이 가지 않았어요. 그런 메밀묵이 올해 또 나타나서 저를 헷갈리게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메밀묵


어머니께서 설을 맞이해 어디에서 메밀을 구하셨는지 직접 만들어오셨어요. 설날에 메밀묵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메밀묵


메밀묵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식부터 하고 보자는 우리 식구들..

메밀묵


장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바로 숟가락을 들 수 없었던 게 메밀묵 위에 잘게 썰은 김치도 앉아야 하고..




메밀묵


김도 얇게 썰어 얹어야 했기 때문이죠. 

장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급히 날조된 양념장..

한 그릇을 비우고 또 한 그릇을 다시 비웠어요. 참으로 오랜만에 맛본 메밀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메밀묵이 왜, 어떤 해의 설날에는 출몰했다가 또 어떤 해엔 자취를 감추었는지 수수께끼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배를 두드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보니까 이 메밀묵이 만들어졌던 해의 설날에는 우연인지는 몰라도 어머니의 사위들, 즉 저의 매형 세분 중에 꼭 한 분은 다녀갔어요. 아마도 어머니께서 설날에 손수 장만하셨던 메밀묵의 깊은 의미는, 먼 곳에서 찾아올 사위를 위한 특별한 메뉴가 아니었을까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1. 참교육 2016.02.08 19:23 신고

    메밀묵 요즈음은 시장에서도 찾아 보기 어렵더군요. 어쩌다 만나도 옛날 맛과는 다르고...

    • 도랑가재 2016.02.08 19:44 신고

      아무리 기계가 발전했다고 해도
      가마솥에서 끓여내시던 어머니의 손맛을
      따라잡지는 못하겠지요.

  2. *저녁노을* 2016.02.09 05:02 신고

    사위에게 전하는 장모님의 마음이군요.
    잘 보고갑니다.

  3. 생명마루 신림점 2016.02.12 09:49 신고

    개인적으로 양념장이 완전 맛날듯 합니다...ㅎㅎ

  4. S.또바기 2016.02.12 10:53 신고

    우와 너무 맛있겠네요!!!!

    • 도랑가재 2016.02.12 21:31 신고

      어머님께서
      불을 지피고 저어가며 만드신 거라
      별미다 생각하고 먹었어요.^^

  5. 후루루룩 한입에 털어 넣고 싶네유^^ 군침돕니다

  6. 감성주부 2016.02.13 17:07 신고

    오 메밀묵보니깐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도토리 묵이 생각나네요
    음식은 역시 손맛이죠 ^^

  7. 바로서자 2016.02.13 18:36 신고

    메밀묵 자체가 저한테는 신기한 음식이네요.
    집에서도 해먹는 음식이 아니라서요.
    설에 어머니께서 특별한 상차림을 하셨네요.

  8. ­­ː 2016.02.14 20:39 신고

    토속적이고 정감이 가는 음식이네요. 저도 한사발 하고 싶네요^^

  9. 다윤아빵 2016.02.17 03:10 신고

    이 새벽에 침을 꼴깍 삼키고 가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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