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삼일 앞으로 다가왔네요. 저흰 설 준비를 가까운 떡집에 들러 가래떡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여느 해 같으면 설 하루 이틀 전부터 시작했겠지만, 올핸 미리 준비하기로 했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설날 직전에 가서 준비해보니 어디를 가더라도 너무 붐빈 탓이에요.

가래떡


엊그제 2월 3일날 떡집에 찾아가 만들어온 가래떡이에요. 설날에 떡국이 빠질 순 없자나요? 

무엇보다 가래떡은 미리 준비했다고 해서 상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만사 제쳐두고 가래떡부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맛을 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농삿꾼이 참기름을 사 먹을 일도 없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저렇게 잘라 지난해 짜두었던 참기름에 듬뿍 바르니까 "아, 이제야 설이구나!"싶었습니다.


된서리


가래떡을 만들려고 전날 저녁에 쌀 두 되에 찹쌀 한 주먹을 섞어 물에 불려 놓았다가 다음날 이른 아침에 떡집으로 향했어요. 혹시나 붐비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며 가던 길에는 작은 하천에 하얀 서리꽃이 너무나 예쁘게 내려앉아 있었어요.

서리꽃


설날이 가까워와서 마음까지 들떠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날은 돌아 나오는 길에, 그 장소에 차를 세우고 작은 얼음 왕국처럼 보였던 그곳에 잠시 발을 디뎌보기로 했습니다.

서리


최근에는 그나마 기온이 덜 내려갔던 탓에 살얼음이 생길 듯 말 듯한 분위기였어요.


그런 수면 위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하나같이 하얀 옷을 걸쳐 입은 모양이었습니다. 


서리


나무나 풀 가지에 앉은 모습이 참 예뻤어도 만져볼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서리꽃


모래성보다 더 약해 보였으니까요.

황새


이 작은 하천을 설국으로 만들어 놓은 서리꽃의 끝을 향해 몇 발자국 더 걸어 내려가다가 뜻밖의 생명체와 마주쳤습니다. 서로가 약속도 없이 마주쳤으니 황새(?)나 저나 놀랄 수 밖에요. 

그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던 황새가 절 보고 깜짝 놀라 날개를 펴며 날아 오르더군요.


황새


"너는 왜,, 또 하얗니?"

"안녕히 가세요!"
플리즈를 외치며 날개를 우아하게 펴곤 날아갔습니다. 

밤새 만들어진 얼음 왕국을 아침에 제대로 감상하다가 온몸이 하얀 황새까지 마주치게 되니까, 여긴 뭐 백설공주가 나타났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겠구나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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