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을 시작한 딸이 며칠 전 아동센터에
나가면서 아빠 몰래 책상에 올려둔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어요. 아마도 자기가 없을 때
읽어보라고 한 듯..
다행히 아직은 여덟 살인,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아이의 편지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어요.
점심시간에 집에 들렀을 때, 책상 위에 하얀
종이가 반으로 접혀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to 아빠께!~~
from 우리
우리라고 한 걸 보면 이 편지를 쓸 때,
옆에 동생이 함께 하고 있었나 봐요.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는 딸아이의
편지 실력도 알아볼겸 조심스럽게 편지를
펼쳐보았습니다.
to 아빠께!~
아빠, 이번 농사가(올해 농사) 다되어 가는데,
언제 농사보다(아마도 작년 농사를 의미) 더
잘하기 응원할게요.
우리는 아빠를 사랑하지만, 아빠가 화를 낼 때
우리는 아빠 마음을 알아요. 아빠는 농사 때문에
어떻게 할 지 머리아프잖아요.
아빠, 농사가 잘 안되어도 우리가 항상
응원할게요.
은수 올림
지난해 농사의 아픔과 고통을 여덟 살 딸한테도
고스란히 전해졌었나 봐요. 힘들게 가을을
나고 겨울을 버틴 걸 다 아는 눈치입니다.
가끔 남매가 시끄럽게 싸울 때 예쁘게 말리지
못하고 감정이 섞여나온 걸 딸의 편지를 통해
뉘우치는 계기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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