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슬픈 이야기 하나 할까 합니다. 4년 전 저희 집 뒷산너머 외딴 곳에 살고 싶다며 혼자서 황토로 집을 지으시고 전기도 없는 곳에서 복분자며 토종닭 그리고 풍산개라며 애지중지 키워 오신 큰외삼촌의 이야기입니다.

의류업계에서 근무하시다가 시골이 좋다 하여 외딴 곳에 터를 장만하신지 4년이 되었어요. 큰 냇물을 건너야 할 다리가 없고 전기코드를 꽂아야 할 전주도 없고 수도꼭지를 돌려야 할 상수도조차 없는 곳이에요.

흙으로 직접 빚은 황토를 발라 기와를 이은 지도 2년, 이제 복분자 수확에 재미가 솔솔 붙을 시기에 갑자기 찾아오셔서 저를 당황케 하신 외삼촌...

"주위에 내 개를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다. 모두가 잡아먹을 O들 밖에 없어서 너를 찾아왔다." 
"어미와 새끼 한마리가 있는데 네가 키워라"
하시는 거예요. 자식처럼  끔찍하게 여기시던 개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셔서 저 보고 키우라 하시니 어안이 벙벙했지요. "외삼촌,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저 개 좋아하지만, 외삼촌 개까지는 아니예요.^^"

"내가 내일 서울에 다녀와야 하는데, 한참 동안 못 내려올 수도 있다. 그래서 널 주는 거니 네가 알아서 키우도록 해라.."

"그럼 언제 내려오시는데요? 제가 그때까지 얘들을 봐줄 테니, 외삼촌 내려오시는 대로 다시 데려가세요.^^"

갑자기 찾아오신 외삼촌과 외조카의 오전 만남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는 오후가 깊어 갈 때쯤 정말이지 어미 백구와 그 강아지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외삼촌

제 외삼촌이세요. 이제 일흔을 넘기셔서 정말 할아버지가 다 되었어요.
애지중지 키우시던 백구를 어찌 저에게 맡기시는 건지...

강아지

강아지도 참 예쁘죠?
외삼촌께서 4년 전 내려오실 때 거금을 들여 암수 한 쌍을 사오셨는데, 이 녀석은 증손주 정도 되지 싶어요.

풍산개

다행히 어미 백구한테 가까이 가도 물고 그런 것은 없었는데 몸을 못 만지게 하더군요.



일단 강아지는 너무 어려서 집에 있던 사료와 물을 조금 줘 보았어요.

진돗개

어미도 그렇고 강아지도 그렇고 아직은 절 극도로 경계합니다.

백구

제 눈에는 진돗개로 보이던데요.ㅎ
풍산개 종자를 사 오셨다니 그렇게 믿어야지요.^^

사냥개

언제쯤 저를 주인으로 받아들일지 조금은 걱정이 앞섭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추려야 할 것 같네요.

외삼촌은 끝까지 저에게 숨기셨어요. 오전에 그런 말씀하시고 백구 모자를 데리러 가셨을 때, 
수소문하여 외삼촌의 근황을 알아보았지요. 그랬더니 얼마 전에 편찮으셔서 서울 다녀오셨는데, 진단 결과가 백혈병으로 나오셨다고 합니다. 복분자며 토종닭, 2년 간 공들여 지으신 기와집마저 처분을 다하셨다는 내용과 함께....

백구 모자를 데려 오셨을 때 이번에는 제가 모른 척했습니다. 하지만,,,
오토바이 모자를 쓰고 떠나시는 순간에는 저도 모르게  "외삼촌!~~~" 부르고 말았지요.

외삼촌의 성품이 워낙 외골 지셔서 보통 사람들은 쉬이 가까이 가지도 못해요..^^

그런 외삼촌께서 마지막 조카가 부르는 소리에 전에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반응을 보이셨어요. "오냐?"

"외삼촌 서울 가시면 한참 있어야 오실 텐데 여기 오셔서 이 백구랑 사진 좀 찍으세요.^^"

"사진은 뭣 하러.."
"제가 예쁘게 찍어서 서울 보내드릴게요, 보고 싶을 때 보셔야지요.^^"

처음으로 조카의 말을 들어준 순간이기도 합니다.

"외삼촌 이왕이면 안전모도 좀 벗어 주세요.^^"
조카가 오케이 싸인을 보낼 때까지 외삼촌께선 백구의 목을 한없이 한없이 붙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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