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뜨거운 볕을 피해 집 앞 벚나무 그늘로 은수와 함께 피신을 갔습니다. 이렇게 뜨거운 볕이 푹푹 내리쬘 때, 이웃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던 자리를 오늘은 둘 부녀가 맡았지요.
집 앞이라지만 저희 집 마당 앞입니다. 하지만 봄을 화려하게 알렸던 벚나무가 뒤늦게 갖다 준 버찌가 열렸는지 붉었는지, 다시 검어 졌는지....
어찌 몰랐을까요?
할머니들께서 앉았던 자리에 장미보다 탐스런 붉은 열매 하나가 앙증맞게 앉아 있었어요.
눈이 큰 은수는 선수예요. 숨겨도 숨긴 자리 귀신처럼 찾아 냅니다.ㄷㄷ
"버찌 먹으면 안 돼!~~"
경고를 주니깐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버찌 기막히게 줏어서 낼름했어요.
버찌는 한때 저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은수 할머니 왈 "옛날에 이 마을을 통과하던 거지가 오래된 벚나무에서 버찌로 배를 채우다가 산을 넘지 못했어!" 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전설을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한 저는 절대 은수에게 버찌 맛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은수, 너 아빠 말 안 들을래?~~"
화가 난 아빠 앞으로 다가와 "나 먹지 않았다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아이다 보니 저러다가도 순식간에 꿀꺽 할 수 있겠다 싶어 맘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냘름!~~~ㄷㄷ ㅋ
먹었게, 안 먹었게?~~~
뱉는데,,,???
과연 씨만 나왔을까요, 고스란히 나왔을까요? 사실 한두 개 먹는 것 가지고 요란 떠는 아빠가 아니라서 이 순간 저도 지켜보지 못하고 넘어갔습니다.
오늘 하루는 버찌를 보면 하이애나가 되는 은수를 통해 은수 아빠의 먼 과거로 잠시나마 여행을 다녀오게 된 값진 휴식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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