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논과 밭으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 꿀맛 같은 점심시간이 찾아왔어요. 녹초가 된 몸을 잠시 회복할 수 있는 휴식시간... 그늘을 찾아 쉬고 있는데, 눈앞에 거미줄로 집을 지은 간 큰 거미가 선명하게 들어왔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작대기 하나 집어 들고 휘저으면 끝이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고단한 탓도 있었지만, 잠시지만 꿀맛 같은 휴식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거미

거미집을 짓고 자리 잡은 녀석은 노란색의 거미였는데, 갓 독립했는지 아주 작은 녀석이었어요. 
거미라면 무섭고 흉측하게 봤는데 이 녀석은 그나마 예쁘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봤습니다. 

거미집 치곤 제가 봐왔던 것들 중에서 아주 엉성한 축에 들었어요. 
언제 걸려들었는지 음식도 장만해 놓고 있었구요.

거미

카메라로 계속 주시해봤습니다. 
그때 거미랑 몸집이 비슷한 파리가 거미줄에 걸렸어요. 



아주 가느다란 거미줄이지만 한번 걸려든 파리는 꼼짝 할 수 없더군요. 거미줄의 파동이 일자, 거미는 순식간에 금방 걸려든 파리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새 몸 안의 거미줄로 파리를 돌돌 말았어요.

곤충

돌돌 말고 있는 중...

거미줄

지금도 돌돌...^^

거미

계속해서 감았습니다.

파리

작업을 마친 거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불과 몇 초 만에 파리의 운명은 이렇게 바뀌었어요.

거미

가만 보니 파리, 모기, 나방 등등 집안으로 들어오는 곤충들을 이 거미는 먹이로 사냥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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